[뉴스핌=한태희 기자] "월세 40만원 내기도 힘들어 장사 접었어. 오늘은 (건축) 폐기물 정리하려고 나왔어. 건물주가 (인테리어) 원상복구 시켜야 보증금 준다고 했거든. 얘기하면 마음만 아프니 이제 그만합시다."
5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서 만난 최모씨의 말이다. 최씨는 지난 3일 30년간 운영하던 문방구 문을 닫았다. 손님이 뚝 끊겨 문방구를 운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닫는 것 마저 힘들었다. 추가로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다. 집 주인은 장사를 접는 그에게 인테리어를 입주 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 것을 요구했다.
최씨와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서부이촌동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으려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건물주들이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주지 않는다고 하고 있기 때문. 상인들은 장사를 접으면서도 1000만원 가량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도로 근처에서 이화중개사무소를 운영했던 한 중개사는 최근 임대료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가 옮긴 사무실은 대림아파트 단지내 상가가 밀집한 곳이다. 그는 "건물주가 내부인테리어를 원래대로 바꿔놓으라고 해서 돈을 내고 깨끗이 비우고 왔다"며 "들어갈 때 인테리어 비용과 나올 때 처리 비용을 계산하면 2000만~3000만원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월 임대료가 100만원이었는데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임대료가 조금 싼 이곳으로 옮겼다"고 덧붙였다. 그가 옮긴 곳의 상가 임대료는 월 80만원이다.
수 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복구해도 보증금마저 받을 수 없는 상인도 있다. 장사가 안돼 임대료를 체납하다 보증금을 다 까먹어서다.
서부이촌동 중화요리집 이촌반점 사장은 "보증금 날린 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있으면 다달이 상가 임대료를 낼 수 있지만 소득이 없으면 보증금이라도 헐어서 내야 한다"며 "나도 그렇게 해서 보증금 5000만원을 공중에 날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부인과 둘이서 월 132만원을 내고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화려했던 시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용산역세권 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7년 이촌반점에는 사장을 빼고도 배달·서빙·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이 10명에 달했다. 직원 10명을 두고도 손이 부족했다고 이촌반점 사장은 회상했다. 그는 용산 사업 추진되던 2007년 이후로 서부이촌동 상권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서부이촌동 상권을 지탱하던 대한통운, 서울우편집중국, 철도기지창 직원들이 빠져나갔다. 이촌반점 사장은 당시 약 4000명의 사람들이 서부이촌동에서 빠져나갔다고 회상했다.
서부이촌동 시범단지 근처 전주홍어회집 사장은 "그때(용산사업 추진 전)는 점심 때 서울우편집중국이랑 대한통운에서 직원들이 많이 찾아와 점심 때 예약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30년 단골손님 아니면 하루에 막걸리 한 병 팔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전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전주홍어회집을 찾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서부이촌동 일대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가게를 닫을 때도 상인들은 내부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 지난 3일 문 닫은 서부이촌동 천일문방구 앞에 건축 폐기물이 쌓여 있다.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