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서린사옥. |
9일 SK그룹 및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역할과 그 의미는 향후 항소심 공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회장의 이번 재판에서 SK그룹 계열사 자금이 투입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에서 인출된 450억원은 유·무죄를 다투는 핵심쟁점이다. 특히 기존 1심에서 최재원 부회장의 “펀드의 인출은 내가 주도했다”라고 주장했던 진술이 이번 항소심에서 뒤집어지면서 그 의미는 더 각별해졌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회장은 ‘펀드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인출은 알지 못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전 고문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지난 8일 첫 항소심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는 펀드 자금 인출을 제3자가 주도했을 가능성에 대해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 인출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김 전 고문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김 전 고문이 펀드운용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 대표와 공모를 하거나,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결국 김 전 고문을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유무죄가 달린 셈이다.
다만,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실 김 전 고문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1년 검찰의 수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다. 당시 펀드의 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검찰을 통해 확인되면서 이들의 석연찮은 거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졌다.
그럼에도 김 전 고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심지어 SK그룹 내에서도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상은 고사하고 사진 한 장 남은 것이 없을 정도다.
SK그룹 관계자는 “고문이라는 특성상 회사에 상주하거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김 전 고문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가 무속인 출신이라는 말부터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에 관여됐다는 소문까지 무성한 상황.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김 전 고문은 지난해 3월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적어도 그가 최태원 회장 일가의 투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가 확실시 되던 2011년 11월에도 김 전 고문에게 300억원을 송금하는가 하면 12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에도 680억원을 송금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자금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SK그룹 재무팀은 2009년 “최태원 회장의 김 전 고문에 대한 송금이 계속된다면 재무가 악화될 수 있으니 관계를 단절해야한다”고 내부 보고를 하기도 했을 정도.
현재로서 SK그룹 펀드를 직접 인출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 그와 최태원 회장의 관계가 어떻게 규정될지, 또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세우고 싶지만 해외에 있어 들어오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이 변호인단을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교체하며 원심 진술을 번복할 정도라면 충분한 전략이 세워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1심에 법정구속되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김 전 고문이 귀국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