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키프로스 금융 위기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슬로베니아 은행 위기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9일 자 AFP통신은 국제금융연합회(IIF)가 유럽 당국에 슬로베니아에 대형 구제금융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적 신용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IIF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슬로베니아 정부 자금 부족액이 93억 유로에서 118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럽은 유럽재정안정기금(ESM)을 통해 슬로베니아 지원에 나서야 하며, 동시에 슬로베니아 당국은 적극적인 민영화를 비롯 주요 재정 및 은행개혁 등을 통해 심각한 위기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슬로베니아 은행권 우려 목소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나왔다. OECD는 슬로베니아가 “심각한 은행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슬로베니아가 자국 은행 재자본화 비용을 상당히 저평가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슬로베니아 금융 불안감은 채권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슬로베니아 당국은 이날 실시한 채권 입찰에서 당초 목표했던 1억 유로에 훨씬 못 미치는 5610만 유로를 조달하는 데 그친 것. 특히 입찰 금리가 지난 2월과 3월 입찰대보다 훨씬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더욱 부진한 결과다.
◆ 4년 만에 경기침체 재발, 은행 부실대출 70억 유로로 확대
지난 2009년 당시 20년 만에 가장 심각했던 침체를 겪었던 슬로베니아 경제는 4년 만에 재발한 경기 침체로 내년까지 성장세로 회복이 힘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GDP 전망 역시 대폭 하향 조정된 결과 1.9%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권 부문의 부실대출 규모는 약 70억 유로 정도로 전체 은행권 대출의 14%로 확대된 상황이다.
은행권 민영화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결과, 슬로베니아 국영은행 세 곳은 은행부문 전체의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국영은행들의 부실대출 규모가 상당해 납세자들이 청산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위험에 처했다.
슬로베니아 당국은 오는 6월까지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대출 일부를 넘기고, 별도로 10억 유로를 해당 국영은행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해결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OECD는 실제로 슬로베니아 은행권이 필요로 하는 재자본화 규모가 10억 유로보다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 추산은 낡은 분석에 기초해 산출됐다는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슬로베니아가 정부 예산과 부채 상환, 은행 개혁 등에 적어도 3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 구제금융 필요한 정돈 아냐
불안감이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슬로베니아 당국은 일단 당장은 구제금융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렌카 브라투세크 슬로베니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제금융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투자자들은 그리스, 아일랜드 등 기타 구제지원을 받은 국가들과 비슷한 저항을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슬로베니아는 키프로스와 같은 조세 피난처가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이날 바르투세크 총리와 회동한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위원회(EC) 집행위원장 역시 슬로베니아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 키프로스 구제금융이 다른 국가들의 “본보기”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는 점 역시 거듭 강조했다.
이브 레템 OECD 사무차장 역시 당장 슬로베니아가 당장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