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가장 큰 방해물은 부처간 칸막이도 아닌 대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벤처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뺏거나 좋은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무리한 단가인하로 연구개발(R&D) 등 재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창조경제를 죽이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도 결국 대기업을 바꾸지 않는 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결론이어서 향후 정부의 대기업 정책의 변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10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창조경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 카이스트(KAIST) 내 벤처기업 i-KAIST를 방문하고 벤처기업인 및 대학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벤처기업인들은 현 부총리에게 창조경제의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했는데 그야말로 대기업 성토대회였다.
20대 젊은 벤처기업인은 "대기업이 벤처기업 아이디어를 강탈하는 식으로 접근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벤처는 대기업이 M&A로 통째로 사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창조경제 현장방문에 나선 현오석 부총리. 그러나 이날 벤처기업인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성토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진=기재부 제공) |
또 다른 기업인은 "대-중소기업 관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며 성장하다보니 우리의 기술적, 창의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종속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산업화가 진정한 창조경제 이끄는 길인데 기술을 이전해주고 그게 사업화가 되고 좋은 벤처기업이 나와서 창업해보고 안 되면 다시 또 다른 일을 해보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5살에 창업했다는 한 벤처기업인은 대기업의 단가인하 문제를 꺼냈다.
이 기업인은 "대기업은 완제품을 팔아 영업이익률이 30%면 엄청 높지만 소재하는 업체는 소재 부품만 똑같은 규모로 팔아도 0하나가 다르다"며 "근데 1조에서 영업이익률 10% 남으면 재투자할 수 있지만 100억 매출시 10억갖고 재투자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이익률 30% 넘으면 대기업이 단가인하에 들어간다. 영업이익률 30% 넘겨 R&D도 더 투자하고 봉급도 올려주면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데 대기업이 단가인하를 한다"며 "절대적인 갑과 을이다. 동반성장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다"고 호소했다.
대기업 위주의 취업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우수 인재가 와줘야지 그만큼 역량있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문화가 대기업, 공기업 위주로 짜여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CJ에서 근무했다는 벤처기업인은 "앞으로 벤처기업 중심의 시대가 올텐데 그 좋은 인재들이 와서 일을 해줘야 한다"며 "창업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 성격 같고 있는 벤처·중견기업들도 대기업보다 가치있고 미래가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재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 기업인은 "정부가 의식 바꾸는 일들, 공고 내지는 캠페인을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도 "벤처기업이 잘돼도 해외에 나가서 경쟁하지 않으면 나중에 대기업에 먹히거나 죽는 방법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것을 어떤 의미에서는 국정 최우선 정책기조로 하고 있다"며 "벤처기업 활성화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정책방향의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 부총리는 "벤처기업인들의 건의가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이번 간담회가 벤처창업활성화는 데 기폭제가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