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대폭 축소하면서 상생의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들었다. 기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과 더불어 이번에는 상생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화두에 대한 선제적 조치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차그룹의 오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은 묻어난다.
여타 그룹에게 이번 조치가 영향을 미치면서 재계 전반적인 선순환 효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계열사 간 내부 매출 약 6000억원 규모를 외부의 중소기업 등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깜짝 발표를 단행했다.
핵심 분야는 광고와 물류다. 올해 국내 광고 65%(1200억원), 국내 물류 45%(4800억원)을 중소기업 등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내부 거래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와 물류 분야에 집적된 노하우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게 전수하는 등 중기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강화되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대상 기업과 총수 일가에 대한 처벌 강화를 담은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경제민주화 화두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더 우세하다.
현행 거래방식에서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변경하는 등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예 통큰 결단을 통해 이참에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에게 이번 현안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불황의 그늘이 짙은 글로벌 경제를 감안해 내실경영에 집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사실상 외부에 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고통 분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대규모 내부 시스템을 바꿀 경우 적잖은 혼란은 물론 위험성 또한 높아진다.
특히 광고와 물류 분야는 시스템상 작은 문제가 발생되면 그 피해는 글로벌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경제민주화 화두가 아니더라도 오랜기간 고민과 노력을 거듭해 왔던 부분"이라며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 정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에 정몽구 회장의 의지는 가장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의 소신이 그룹의 오랜 고민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실제 정 회장은 수년간 사회 양극화 해소와 고용창출 등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그룹 최고경영진에 적극적인 동참을 독력하는 중이다. 사랑받는 브랜드로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격을 높이는데도 일조하겠다는 원칙과 소신이 담겨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1년, 향후 10년의 비전목표를 수립하면서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란 슬로건을 내세운 것도 이런 원칙과 소신을 담은 결과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업적 측면을 넘어 기업 시민으로써 세상을 이롭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자는 뜻이 내포돼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