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중국의 경기 둔화와 이로 인한 상품가격 약세로 신흥국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같은 수입국에겐 호재로 평가된다.
중국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인 8.0%에 못 미치는 7.7%로 발표되자 국제 상품시장은 곧바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변화는 상품시장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을 준 반면, 상품수입국에게는 호재가 됐다.
미국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 최신호(20일 자)는 중국의 성장 부진과 상품시장 약세라는 시장 변수는 2000년대 이머징 마켓 상승세를 견인해 온 주요 동력이었다면서, 당시 MSCI 이머징마켓지수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배런스는 지금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지만 이번에 다른 점은 이 같은 요인으로 얻게 되는 혜택보다는 피해가 더 큰 것이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GDP 발표 이후 상품에 이어 이머징 증시까지 하락세는 줄줄이 이어졌다. 중국이 세계 최대 천연자원 소비국이다 보니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우존스 UBS상품지수는 같은 날 3% 급락했다.
매도 행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중국과 상품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의 개도국에서도 발을 뺐다. 이날 MSCI 러시아지수와 MSCI 브라질 지수는 각각 1.7%, 2.6% 내렸다.
JP모건 토탈이머징마켓펀드 공동매니저 리처드 티터링튼은 “상품시장 전반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상품시장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물론 상품가격 급락으로 혜택을 보는 신흥시장도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그렇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유가가 10% 급락한 상태가 지속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GDP 성장률은 최대 0.2%포인트 오르고 인플레 압력은 최대 0.9%포인트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런스는 특히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한국이나 인도, 대만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향후 몇 달 내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생겨 경제와 증시에는 부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상품시장 및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적은 국가들에 대해 더욱 낙관하게 됐다. MSCI 인도지수는 중국 GDP 발표 후 지난주 목요일까지 3.7% 올랐고, MSCI 인도네시아지수는 2.3% 상승했다. MSCI 말레이시아와 대만지수 역시 플러스영역에 머물렀다.
모간스탠리 투자운용의 이머징마켓 대표 루치르 샤르마는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필리핀과 태국, 터키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