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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보사들 해외채권 공략 개시… 월가 '큰손' 파도 탈 준비

기사등록 : 2013-04-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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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해외債 매수물결 재연?

[뉴스핌=이은지 황숙혜 김사헌 기자] 일본 주요 보험사들이 해외채권 매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3700조 원이 넘는 일본 보험자산의 해외채권 공략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 뿐 아니라 일본 기업 연기금도 올해 해외채권 비중을 늘린다니, 2000년대 초반 일본 자금이 해외채권 시장을 휩쓸면서 금리 저공행진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재연될 조짐이다. 벌써 월가 채권시장의 큰손들은  큰 파도를 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최대 생명보험업체인 닛폰생명보험과 8위 업체인 아사히뮤추얼생명보험은 일본 국채(JGB)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최저치 부근을 맴돌 경우 해외 채권 매입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일본 보험사들, 운용자산 내 해외채권 보유량 늘릴 채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이생명보험과 후코쿠뮤추얼생명보험도 각각 500~600억 엔과 400억 엔 정도 해외 채권 보유량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또 야스다메이지생명보험, 다이도생명보험, 다이요생명보험 등도 모두 일본 장기금리가 계속 낮게 유지될 경우 해외 채권 매입을 늘릴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고.

이에 따라 일본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2013 회계연도에 해외 채권 매수 규모를 최소 수천억 엔, 많게는 1조 엔 이상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참고로 닛폰생명은 지난해 해외 채권 보유액을 1600억 엔 줄인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 연금펀드 역시 JGB 위주의 투자전략을 수정할 움직임이 있다면서, JP모간 자산운용 일본지사가 128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해외채권으로 자산배분 비중을 12.4%로 약 0.7%포인트 높일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들 연금펀드의 일본 국내주식 비중 12.8%와 맞먹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신문은 생보사들은 이미 BOJ의 공격적인 완화정책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라면서 "이들이 해외채권 시장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것인지, 그에 따른 파장은 어떤 것일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대규모 보험사들의 투자 계획 재조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명보험 업체의 주요 투자처인 일본국채(JGB)의 수익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미래 지불 예정금액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일본 보험사 자산이 1%만 해외투자로 이동한다고 해도 ′에티오피아′ 규모의 경제가 움직이는 정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보험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 보험사는 총 자산의 44% 정도를 일본 국채에, 15%는 해외채권과 주식에 운용하고 있는데 해외증권은 주로 국채가 대부분이다.

앞서 지난주 일본 6위 생명보험사인 미쓰이생명보험은 6.5조 엔에 달하는 운용자산 중에서 해외채권 비중을 600억 엔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주로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의 증가는 곧 주요국 국채시장에 호재라고 할 수 있다.


◆ BOJ 공격적 완화정책에 대한 대응, 어디로?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사들은 엔화 주도의 채무와 자산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 자산에 투자를 집중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로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내려가면서 이들 투자자들이 10조 달러 규모의 일본 국채 시장을 나와 다른 투자처를 찾도록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뮤추얼에서 자산 관리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오노 타카히로는 "수익률만 괜찮다면 JGB 매입을 더 선호한다"면서도 "일본 국채의 수익률 흐름을 주시하면서 해외 채권에 보다 많은 자금을 할당하는 것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사히뮤추얼이 국내 채권에 할당한 1500억 엔 중 3분의 1을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최근 수주간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더 많은 돈이 해외 채권으로 빠져나갈 수록 해외의 환율이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BOJ의 공격적 완화책이 생명보험사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돌아오는 이익도 낮다는 것이고 이는 자본 완충효과를 저해하고 다른 곳에서 수익률을 찾는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디스의 가와다 켄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모든 생명보험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수적인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낮게 만드는 주식 투자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비중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해외 채권 투자 외에는 별 대안이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미국 10년물 금리가 최근 2%대에서 후퇴했지만 아직도 1.7% 수준이 넘고, 독일 10년물 금리도 1.2%여서 매우 안전하면서도 금리차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위험은 얼마든지 헤지할 수 있는 것이 일본 투자기관들의 장점이다.

닛폰생명의 투자 담당자인 히로시 오제키 역시 그의 회사가 약 1조 엔에 달하는 투자 자금 중 얼마를 수익률이 낮은 JGB에 투자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채의 낮은 수익률이 계속될 경우 결국은 일본 국채에 대한 보유를 줄이고 해외 채권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 수석투자전략가는 BOJ가 실제로 자산 매입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는 명확한 답이 제시되지 않은 문제지만 일본 금융권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독일, 프랑스의 국채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한다. 또 이들 국채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쓰이생명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스기모토 세이 씨는 금리가 하락해서 이탈리아와 호주 국채를 매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대신 대출과 주식 쪽 투자 비중을 줄일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다른 대형 생보사의 채권투자전략가들도 상당한 액수를 미국 국채,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영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비쳤다면서, 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일본 국채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 소규모-일회적인 움직임에 그칠 수도, 여전히 운용 축은 JGB

그러나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일본은행의 완화책과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맞물려 15년간의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는 데 성공할 경우 JGB의 수익률은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닛폰생명의 오제키는 일단 성장 노력과 재정 및 통화 정책이 일반 투자 증진, 재정건정성 복구, 성장률진작으로 연결될 경우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점차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대형 보험사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매우 완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많아야 몇 %포인트 정도 움직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생명보험협회의 마쓰오 회장은 1980년대 자산거품 시기에 투자를 늘렸던 상대적으로 위험한 해외해권과 주식, 부동산 등의 시장으로 자금이 크게 흘러들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보험사들은 중앙은행이 2년 내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저금리 여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마쓰오 회장은 "해외채권으로 일시 투자하더라도 금리가 상승하면 다시 JGB시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은 일본 국채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축은 여전히 일본국채(JGB)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쓰이생명의 스기모토 수석은 "올해 국내채권 보유액을 늘릴 때 수익률 변화에 따를 것"이라면서 "금리가 하락한다면 매입 속도를 느리게 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좀 더 빠르게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5위 보험그룹의 자회사인 T&D 애셋매니지먼트의 글로벌채권투자 수석인 온센 유이치는 워낙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만큼 적극적인 해외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보사들도 힘을 잃고 있고, 지금 당장은 방어적인 모드에 있다"고 강조했다.


◆ 월가 큰손들, BOJ 비판하면서도 단기 파도 탈 준비는 마쳐

한편, 과거 일본 자금의 미국 국채시장 공략 경험을 알고 있는 미국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일본 생보사가 만든 유동성의 파도를 타고 놀 준비를 마쳤다.

앞서 지난 3월에 미국 채권왕 핌코(PIMCO)의 빌 그로스가 자신이 운용하는 토탈리턴펀드의 미 국채 매수 비중을 크게 늘린 뒤 일본의 공격적 완화정책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고, 핌코와 더불어 세계 2대 채권 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도 최근 미 국채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버리고 매수규모를 늘렸다는 소식이다.

그로스는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가 BOJ의 부양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로스는 앞서 “BOJ가 엔화를 찍어낸 데 따라 일본 금융권이 자금을 국내 국채시장에서 해외로 이전, 매일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유동성이 쏟아지고 있다”며 “미국 투자자들이 보기에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이 지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125bp의 추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달 초 BOJ가 부양책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이후 미국 장기물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현 수준에서 20~25b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핌코의 그로스 등은 지금 BOJ로 대변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돈 찍어내기는 길게 보면 화를 자초하는 일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추세에는 저항하지 않고 고개를 낮추면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생보사들이 해외 채권을 적극 구매한 경우는 1980년대 후반 자산 거품기와 2000년대 초반 저금리 여전이 지속된 기간 등 두 번의 과거 사례가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황숙혜 김사헌 기자 (soprescio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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