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은행처럼 신용공여 즉, 대출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업무가 새로운 수익원은 물론 특화 또는 전문화를 향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법률의 뼈대만 정해졌을 뿐 시행령이나 규칙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그림은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자기자본 3조원 기준을 충족한 대형 증권사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능케 한 것도 포함돼 있다.
기존에도 증권사들은 PF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기업에 신용공여 업무를 해왔다. 이번 법률 개정은 자격을 갖춘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 중 하나로 신용공여를 공식화한 셈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다각도로 해당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 3조 기준을 충족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기존의 은행과 같은 신용공여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며 "증권 IB 딜(M&A 인수자금, 구조화금융 등)과 연계한 부분으로 특화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한 운전자금 대출은 많지 않다"며 "우리 회사는 기업들에 대한 심사 분석 기능을 중심으로 신용공여 업무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업 일반대출을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고객 네트워크를 추가로 확보하고자 한다"며 "은행권 대출 중 신용도가 다소 낮은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중소기업을 주 대상으로 삼아 진행하고, 성장성 높은 중소 및 벤처기업 발굴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골격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업무에 대한 세부 전략은 시행령이 나온 후라야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며 "아직은 제반 상황을 좀 더 주시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제도적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의미"라며 "증권사들마다 나름의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신용 공여가 허용되긴 했지만 이것이 증권사 수익으로 바로 연결될지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갖고 있다. 총액 한도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로 인한 부담 그리고 은행과의 경쟁 등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신용공여 업무가) 당장의 수익원이라기 보다 리그를 나누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대형 5개사를 중심으로 증권사의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부실장은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은 증권사들의 특화 또는 전문화를 향한 신호탄"이라며 "기업 대출 역시 IB와 관련된 업무로 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달 중순경 공포될 예정으로, 공포 3개월 후 시행된다.
최준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현재 시행령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