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지난 9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가운데 한 명의 소수의견(금리인하 반대)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한 표가 누구인지에 따라 이번 인하 결정이 '금통위의 반란'인지 '김중수의 변심'인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향후 한은 내 김 총재의 입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김 총재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번 인하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으며, 한 명의 금통위원이 실명으로 소수의견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또 "소수의견을 낸 것이 자신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원식 부총재 역시 소수의견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우선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사람으로 임승태 위원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임 위원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단독으로 반대하며 명시적으로 이름을 남긴 바 있다.
이 경우 김 총재를 비롯해 박원식 부총재와 문우식 위원 등 4월에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한은측 인사들이 일제히 한 달 만에 인하로 돌아선 것이 된다.
다만, 김 총재가 지난 주말까지도 강력하게 동결 의지를 피력했던 만큼 한은 집행부 주도로 금리가 인하됐다는 점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소수의견으로 문 위원을 꼽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임 위원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서 어차피 대세가 기울었다고 한은 측이 판단하면서 모양새를 좋게 하기 위해 총재와 부총재가 인하 의견을 따라갔다는 설명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총재와 다른 금통위원의 대결 구도로 보여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 개개인의 실제 의사와 상관없이 투표 자체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총재가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번 결정이 6대 1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아슬아슬한 대결 구도가 아니었음을 외부에 알려서 '금통위의 반란'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굳이 임 위원이 왜 4월이 아닌 5월에 '변심'을 하는 무리수를 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약 임 위원이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이유로 인하로 돌아섰다면 한은은 금통위 주도권을 잃어버린 셈이 된다. 동시에 임기가 1년 남은 김 총재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총재 주도로 인하가 결정됐다면 정부 압력에 한은이 굴복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지만 김 총재의 존재감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김 총재는 10일 '2013 IIF Asia CEO Summit'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나머지를 따라 간 것인지 5명이 나를 따라온 것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다수의견과 같이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한은의 향방을 가늠할 5월 금통위 의사록은 오는 28일에 공개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