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2.5%로 0.25%p 전격 내렸지만, 시중은행들이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재형저축 금리 인하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전체적인 수신금리가 내려가는 게 보통이지만, 사실상 정부발(發) 상품인 재형저축의 특수성 탓에 쉽사리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뉴스핌이 8대 시중은행에 확인한 결과, NH농협은행은 오는 14일부터 현 2.2%인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0.2~0.3%p 내린다. 우리은행도 이번 주 중으로 2.4%인 정기 예금금리를 0.1~0.2%p 내릴 계획이다.
IBK기업은행도 오는 14일께 내부 결정을 통해 현재 2.74% 정기예금 금리를 0.1~0.15%p 낮춰 16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금리 인하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 인하 폭과 시기, 상품을 논의중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KDB산업은행은 현재 시장금리 변동 추이를 보고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외환은행은 당분간 고객 지원 차원에서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재형저축 금리는 이런 은행권의 전반적인 예금 금리 인하 흐름에서 한발 빗겨나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예외 상품으로 취급, 신규 가입자에게 선뜻 인하된 재형저축 가입금리 적용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8개 은행에서 가장 먼저 예금금리 인하 고시에 나서는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재형저축 금리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재형저축은 시중은행에서 만든 상품이라기보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재형저축의 경우 서민 대상으로 정책적으로 나온 상품이기 때문에 내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오는 16일께부터 인하 금리를 적용할 기업은행도 이번 금리 인하에서 재형저축은 제외하기로 했다.
금리 인하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은행에서도 재형저축 상품만큼은 인하 대상에서 빠지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나온 상품이라 금리 인하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 관계자도 "재형저축 상품은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전반적인 상품 금리 인하 속에서 재형저축 상품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외환은행은 당분간 모든 예금 상품의 금리 인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재형저축 금리 인하도 없다.
이처럼 재형저축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꿈적하지 않는 것은 재형저축이 은행이 아니라 정부에서 만든 상품인 데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기 국민행복기금과 더불어 서민금융의 대표 상품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용 조달 측면에서 수신 금리를 내리는 게 은행 수익성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재형저축은 서민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상품으로 특수성이 있어 고민이 된다. 다른 은행 상황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사이의 '눈치 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 금리 하락이 추가로 일어난다면, 은행들이 무작정 현재의 재형저축 수신금리를 붙들어 매둘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은 금리를 조정하는 데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면 변동을 안 한다고 하다가도 안 바꿀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