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최근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지 여부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이를 두고 노사가 다투기는 은행권이 선배다.
은행권에선 6~7년전 노사가 서로 법정다툼을 할 만큼 첨예하게 대립한 적 있다.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 사측과 “근로기준법에 정한 수준으로 달라”며 노측이 맞붙었다. 사측이 파국 직전에 한 발 빼면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갈등은 마무리됐다.
지금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장면과 닮았다. 양측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지를 놓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둘 사이에 정부가 나서 논란을 잠재우겠다며 노사정 협의를 6월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산정과 퇴직금 정산 등의 기준이 된다. 노동계는 정부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은행권에서 통상임금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05년 9월 한국씨티은행 전현직 직원 1298명이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정 때 기존에 유급이었던 생리휴가가 무급 규정으로 바뀌면서 개정법 적용 전인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생리휴가를 쓰지 않은 기간의 수당을 달라며 냈던 소송이었다.
1심 재판부는 “옛 근로기준법은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쓰지 않은 경우 상응하는 근로수당을 주도록 규정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생리휴가 근로수당을 줄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씨티은행은 해당 여성 직원들에게 18억7000만원(1인당 144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상고를 준비했다. 은행별로 임금단체협상을 벌이는 시기와 겹쳐, 씨티은행의 상고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씨티은행이 상고를 포기했다. “1심이 끝난 후 원고들에게 해당 수당을 지급한데다 상고할 실익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자 생리수당을 일회성 수당이 아닌 근로수당의 차원에서 통상임금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은행별 임단협 협상이 마무리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싸웠지만 법원 판례가 고정적으로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했기 때문에 사측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물류 같은 업종이나 회계가 불투명한 업종이 통상임금 문제가 크지 대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법정에서 결론 날 수밖에 없는 문제란 이야기다.
광장, 태평양, 율촌 등 법무법인이 전담팀을 꾸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