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핌=노희준 기자]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15일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 어려움, 끊이지 않는 전산장애, 새정부 금융 공기업의 물갈이 분위기, 실적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신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 어려움이 꼽히고 있다.
농협금융의 구조는 독특하다. 일반 금융지주회사가 계열사의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머리위에 농협중앙회라는 또다른 최상급 기관을 두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신경분리 이후에도 최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협의 잦은 전산망 장애도 신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 굵직한 것만 봐도 지난 2011년 해킹 피해로 인한 대규모 전산망 장애와 올해 3.20 악성코드 습격에 따른 전산 장애를 겪은 데 이어 한달도 안 된 4월 11일에도 서비스 하드웨어 부품 고장으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농협의 잦은 전산 장애가 농협중앙회에 전산시스템이 위탁·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 농협은행과 단위 농협 등이 하나의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고, 통합전산망을 농협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에 문제가 발생해도 중앙회에서 조치를 취하고 대응해야 하는 기이한 구조인 것이다.
금감원은 4. 11 전산장애가 발생한 다음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잦은 전산 장애를 빚고 있는 농협에 대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김수봉 부원장보는 신 회장도 징계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해 신 회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도 있다.
금감원은 현재 전산 장애와 관련해 특별검사를 진행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사의 표명을 박근혜정부의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 흐름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은 강만수 전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을 통해 2008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이른바 금융권 'MB맨'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박근혜 새 정부에서 사의를 표명, 금융권 'MB맨' 물갈이가 현실화되기 시작했을 때, 신 회장의 중도 사의 여부에 관심이 쏠려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취임한 신 회장은 이번 사의 표명으로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IT전산장애와 지난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 부진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1분기 실적은 오는 31일 발표된다.
만약 신 회장의 사의 표명이 새 정부 금융 공기업 새판짜기의 일환이라면, 금융 공기업에는 연쇄적인 CEO 물갈이가 일어나는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임기 7월)과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임기 12월)등이 첫번째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 회장은 행시 14회로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수출입은행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신 회장은 후임 회장이 선임되는 대로 공식 퇴임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