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정부가 '금융'이라는 키를 돌려 창조경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5일 내놓은 창조경제 마스터플랜 첫 작품이 벤처 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대책으로, 금융시스템이 회사가 쑥쑥 크도록 성장호르몬을 잘 공급하자는 내용이다.
산업계는 홀로 창조경제를 키울 기반이 없어 금융에서부터 순서를 찾았다. 금융이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가 내부자료로 쓰기 위해 1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창조경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조사했더니 70%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50%는 "창조경제로 경기가 나아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공 요건으로는 57%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숙고 끝에 대책을 내놨지만 창조금융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익을 좇는 ‘돈’ 본능이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장선에서 모험자본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채권, 원자재 등 안전자산에 지나치게 돈이 쏠려 새로운 산업 육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전차부대(전자, 자동차)만 잘 나가는 한계를 우리 경제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지난주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양희 삼성미래기술육성 재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벤처붐 붕괴+금융위기로 고수익 추구 성향 사라져
실제로 매년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민간자본이 발을 빼자 정부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연도별 벤처조합 약정금액 기준 출자 비중을 보면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 비중이 2003년 32%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였다. 2004년 28%, 2005년 14%, 2006년 25% 2007년 22%, 2008년 23%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2%를 넘기며 30%대를 깬 뒤 2010년 37%, 2011년 34%, 2012년 3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민간자본 이탈이 심각해지자 2010년부터 정책금융공사까지 벤처투자에 나서 정부투자 비중이 높아졌다.
벤처캐피탈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개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엔젤투자 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1년 엔젤투자 금액은 296억원, 투자자 수는 619명으로 2000년 5493억원, 2만8875명과 비교하면 금액으로 94%나 감소했다. 꺾여버린 벤처 붐에 투자회수를 할 수 있는 M&A(인수합병), 중간 회수시장 등 환경적 기반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자금이탈을 부른 결과다.
◆ “모험자본 등장하도록 정부가 판 깔아줘야”
정부가 내놓은 창조금융 대책도 벤처로 시작했고 그 내용도 창업 → 성장 → 회수 → 재투자의 과정이 순환되도록 엔젤투자, 회수, 재투자, 재도전에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A벤처캐피탈 관계자는 “IPO(기업공개)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해산한 조합의 실적도 저조해 펀딩이 실패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투자 수단과 수익성을 늘려 자금이 유입되도록 자극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한 연구위원은 “민간에 맡기면 절대로 벤처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기반을 조성해줘 안전자산선호 현상의 분위기를 반전시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할 수 있는 모험자본이 등장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