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검찰이 벼르고 별렀던 대기업 비자금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이 첫 번째 기획수사 대상이 됐다.
재계는 CJ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신호탄으로 검찰의 사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공식화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재계에서는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대기업 3~4곳이 입방아에 올라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 수사의 강도 만큼이나 재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반재벌 정서의 확산이다. 부의 축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잠잠해졌던 반재벌 정서에 다시 불을 붙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재벌 정서의 확산이 결국 경제민주화 코드와 만나면 걷잡을 수 없이 재벌해체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지 않겠냐"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가장 큰 데미지"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CJ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일부 에견했던 감이 없지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 방향성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이런 연장선에서 검찰 주변에는 줄곧 CJ 내사설을 흘러다녔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CJ의 한 내부 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수사설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고 이에 대해 고민하던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압수수색이 들어왔고 수사의 강도 역시 높은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CJ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들도 회자되고 있다.
비자금의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고 CJ 오너 일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얘기부터 CJ의 불법과 편법의 사례들이 들춰지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그동안 CJ가 이번 수사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던 만큼 검찰 수사가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대두된다.
또, 압수수색은 전격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국 수사는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기업과 그 오너에 대한 긴장감 형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때문에 재계는 이번 CJ 비자금 수사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더해 기업 경영 전반의 악재로 작용되지 않을까 고민이 깊다. 경영이 위축되면 경제활성화에는 그만큼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반재벌 정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정치권의 법안 경쟁이 더 가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형선고로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꿈틀대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것 말고는 현재로써 팩트 보다 대부분 소설 아니냐"면서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장기간 수사가 이어지게 되면 반기업 정서에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