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당국 사퇴 압박에 이장호 BS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차기 회장은 내부에서 승계해야 한다"면서 항간에 떠도는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부산은행 노동조합 또한 금융당국의 부당한 사퇴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관치금융' 부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장호 BS금융그룹 회장> |
이 회장은 당초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공식 사퇴했다.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따른 조직 불안을 고려해 예상보다 일찍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줄곧 이 회장의 '장기집권'을 이유로 중도 사퇴를 종용해왔다.
이 회장의 전격 사퇴 배경엔 금융당국의 초강경 압박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관치 논란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부산은행 노동조합 등도 금융당국의 사퇴압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는 "이장호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당한 사퇴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면서 "금융당국이 합당한 사유나 법적 근거 없이 순수 민간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퇴진을 요구한 것은 직권 남용이자 명백한 관치"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부산은행과 BS금융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한 민감한 시점에 부당한 압력에 의해 최고경영자가 임기 중간에 퇴진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낙하산 인사 저지를 위해 전 계열사 임직원의 역량을 집중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도 이날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정부의 외압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겨냥한 듯 차기 회장은 반드시 내부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BS금융지주의 차기 CEO는 조직의 영속성과 안정적 발전을 위해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사정에 밝은 내부인사에 의해 반드시 내부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안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내부승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사임이 금융당국의 은행권 손보기 수준을 넘어 관치 금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분 한 주 갖고 있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에게 뚜렷한 제재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사퇴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는 "금융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개발독재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반시장적 행위"라며 "항간에 떠도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내년 3월인 임기를 9개월 남기고 중도 사퇴하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1973년 10월 부산은행 행원으로 입행한 후 2006년 최초의 행원 출신 부산은행장에 올랐다. 이어 2011년 지방은행 최초의 금융지주 초대회장까지 만 39년8개월을 몸담아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