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사퇴 압력으로 관치금융 논란이 확산되면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속을 태우고 있다.
당장 다음달(17일) 임기가 끝나는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한 금융위 고위급 인사의 이동에 차질을 빚고 있고, 통상 기획재정부 출신 몫인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도 관료 출신 배제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에 강도 높은 추궁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금융권, 금융당국 및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신보는 최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이사장 공모를 내고 이사장 선출 절차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추위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공모를 잠정 연기했다. 통상 이사장 선임절차가 두달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공모절차가 늦은 상황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모기간을 1주일 이상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보통 금융위에서 청와대에 제청하고 대통령 임명까지 일주일 정도 잡는다"면서 "신보 이사장 임기가 한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정상적이라면 벌써 진행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보는 5월에 차기 이사장 추천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하고 기관장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갑작스런 신보 임추위의 공모 중단과 관련해 일각에선 금융위가 '보류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보 관계자는 "임추위가 구성된 것은 맞지만 (공모 절차와 관련해선) 어떤 것도 할 얘기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만을 전했다.
금융권에선 이장호 회장 사퇴로 촉발된 관치금융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하다 불어닥칠 후폭풍을 염두한 것으로 해석한다. 관치금융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일단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국회 업무보고를 앞둔 상황에서 신보 이사장 공모가 진행될 경우 관치금융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금융위는 지난해 신보 이사장으로 홍영만 상임위원을 점찍었지만 청와대와의 의견차, 낙하산 논란 등으로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어 불과 한달 여를 남기고 또 다시 관치금융이라는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히면서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딱히 고위급이 이동할 만한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신보 이사장까지 무산될 경우 고위급 인사 자체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8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도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보협회장은 전통적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의 몫이었다.
현 문재우 회장이 재정부 경협총괄과장 출신이고, 이상용 전 회장은 재무부 및 예보 사장, 안공혁 전 회장도 재무부 차관보 출신이다. 하지만 관치금융 후폭풍에 차기 손보협회장은 관료 출신이 배제되는 분위기다.
현재 기재부는 금융권을 노리는 고위공무원들이 줄줄이 대기 중에 있는 상황이라 관치금융 후폭풍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보와 손보협회 외에도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캠코 사장(11월), IBK기업은행장(12월) 등 금융권 기관장 인선에 관치금융 논란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17일 오전 '금융위 긴급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여야는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BS금융 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최수현 금감원장 등을 출석시켜 강도 높게 추궁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애초 예정에 없던 국회 긴급업무보고가 잡히면서 금융위 내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