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부터 일감나누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물류나 광고 사업에서 올해 6000억원의 물량을 경쟁입찰로 전환하거나 중소기업에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시행한 것. 이에 중소광고업계는 오랜만에 맞은 기회라며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행보는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달중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시행되는 점도 감안했을 것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즉 일감나누기가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차원도 있겠지만 '자사방어'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차 이후 삼성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후유증도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과잉 규제에 따른 대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은 수직계열화된 대기업의 효율적인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법인세 인하경쟁 속에 국내만 증세하려 하고 있고 하도급법 개정으로 환율변동, 제품 시장가격 변동 등에도 납품단가의 탄력적 조정이 어려워져지는 등 경영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측면에서도 여론이 긍정적으로 형성된 것도 아니다. 경직적 노사관계와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노사간 협력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인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실정이어서 경영 의욕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이 법안과 함께 '프랜차이즈법안'(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등 재계를 압박하는 규제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법 개정이 시류에 편승해 시급하게 추진되다보니 법개정안들의 제재 내용이 과도해 갑을 모두 공멸하는 게 아니냐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정책 목표 추진과정에서 기업의 위축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유사한 논란은 '하도급법' 개정안에서도 일기도 했다. 지난 4월 국회는 하도급법을 부당 단가인하와 부당발주취소, 부당반품에 3배의 징벌 배상을 부과하고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도급법 수급 사업자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재추진되고 있다.
이에대해 재계는 경제적 약자보호라는 하도급법 개정 취지와 배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도급법 규제 강화로 국내 생산을 위축시키고 이는 국내 고용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및 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싶어도 울타리에 갇혀있는 셈이다. 순환출자금지 입법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되자 재계에서는 '규제만능주의'라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기업의 출자구조를 규제하면 기업의 투자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는데 돈을 쓰게되고 결과적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또 배 본부장은 "순환출자 구조는 선진국 유수 기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없다"며 갈수록 심해지는 규제 도입을 재고해 줄 것을 정치권에 요청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한국정부의 자해적 기업규제로 해외자본이 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허다하다. 순환출자 규제가 강화돼 한국기업이 매물을 쏟아내면 '해외자본 대박의 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각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청년실업 사태로 초긴장상태인데, 새로운 기업규제를 도입할 경우 일자리에 미칠 영향 살펴봐야 한다. 일자리 영향 평가는 기업규제의 신규도입이나 존폐결정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rk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