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연이은 강연 행보를 놓고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으로 읽는 시각이 적지 않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일제히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 번 강연에 20만달러(한화 약 2억원)를 받는 고액 강연자라면서 이것을 대권 도전 의지와 연결시키는 기사를 냈다.
WP는 클린턴 전 장관이 6개월 전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 14건의 강연 스케줄을 소화했거나 앞으로 소화할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NYT는 전직 대통령인 남편 빌 클린턴이 퇴임 이후 고액 강연료를 받으며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로 있는 것과 더불어 '부창부수'인 이런 경우를 두고 '가족 사업(family business)'라고 다소 비꼬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에 강연으로만 1340만달러를 벌었으며 한 번 강연하는데 70만달러씩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의 바쁜 강연 행보는 2016년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들에게 그야말로 '먹히는' 연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끄는 비영리재단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 강연을 했을 때 1만7000여명이나 몰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건강보험과 이민법 개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자신이 '정책통'임을 은연중에 알리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이 강연에서 아랍의 봄이라든지 시리아 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국무장관 시절 업적에 대해서도 알렸다고 여성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퍼스트 레이디였기도 하고 국무장관이기도 했으며 상원의원이기도 했던 그를 원하는 곳도 많다. 대개 의회에 뭔가를 로비해 보려는 단체들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는 9월엔 미주여행업자협회(The American Society of Travel Agents; ASTA)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연설할 계획인데, 여기 소속돼 있는 회원사들은 항공사들이 화물 및 운행요금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4월 강연한 전국다가구주택협의회(National Multi Housing Council)의 경우 빈대퇴치를 위한 자금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길 원하고 있다. 지난달엔 L.A.에서 개최된 사모펀드 KKR의 행사에서 강연을 했는데, 사모펀드들은 자신들의 숙원인 세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로비할 수 있길 바래서 그를 초청했을 거란 시각이 많았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고문을 역임한 공화당 로비스트 론 카우프만은 "이렇게 각 단체들이 클린턴 전 장관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자신들의 어젠다를 홍보하기 위해서다"라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결코 단체들에 휘둘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단체들로선 사전에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해 놓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올 가을 클린턴 전 장관의 일정은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11월에는 올랜도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행사에 참석했다가 다시 올랜도로 돌아오는 숨가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미 내년 일정까지 꽉 차있다고 WP는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한 번 강연에 20만달러씩을 받는 고액 강연가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출처=워싱턴포스트) |
앨 고어, 존 케리 등의 대선 캠페인을 도왔던 민주당 컨설턴트 태드 드바인은 "강연은 일방적인 것이라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표현대로 할 수 있다"면서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데다 돈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직접, 공식적으로 차기 대권 도전 여부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여러 언급들을 종합해 볼 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그는 최근 "내가 살아있을 동안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길 진정으로 원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에서 여성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건 여성이 더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역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여성 컨퍼런스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상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여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지난 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티도 디시전스가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1200명 가운데 73%나 클린턴 전 장관을 선호했다. 부정적인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심지어 공화당의 쿠바계 이민자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의 대결을 가정했을 때 클린턴 전 장관이 66%대 28%의 지지도로 압승할 것이란 결과가 나온 것도 주목해 볼 만한 결과다.
지난달 클린턴 전 장관은 만들어뒀던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첫 멘션을 올리고 활동을 개시했다. |
지난달 11일 클린턴 전 장관은 그동안 만들어 두기만 했던 자신의 계정(@HillaryClinton)에 첫 멘션을 올렸다. 자신을 소개하는 프로필 말미엔 "TBD(To Be Continued)"란 표현을 넣어 관심을 끌었다.
'뭔가'가 계속되고 있으며, 그 결론은 후에 날 것이란 뉘앙스가 대통령에 도전할 것이란 가능성이 아니라고 딱 잡아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