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선진자금 이탈로 인한 신흥시장 급락세가 일부 투자자들에겐 저가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신흥시장의 주식과 채권, 통화 가격이 싸졌으며 이는 저렴한 상품을 좋아하는 투자자들, 일명 바겐헌터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순부터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우려로 인해 브라질, 중국 등 주요 신흥국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일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과 함께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까지 더해지며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EPFR글로벌에 따르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지난 6월 한 달간 신흥국 증시와 채권펀드에서는 약 370억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2개월간 신흥시장에서 단기투자자금(핫머니)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신흥국 자산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흥국의 경우 선진국들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이를 감안하면 신흥국에 대한 투자수익이 선진국보다 더 높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핌코의 마이클 고메즈 이머징시장 담당 공동 책임자는 "일부 신흥시장이 조정을 받으며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브라질 국채에 대해 "이렇게 투자적격 등급을 받고 있음에도 수익률이 높은 국채를 찾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신흥국 중에서도 재무 위험이 적고 경제성장을 위한 외부 자금을 조달 받지 않는 국가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금리가 낮기 때문인데 이들 국가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신흥시장은 다시 자금 유출 우려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스베르거글로벌인베스터의 안드레스 칼데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달 멕시코 증시에 투자했으나 급하게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이사 역시 "올 하반기에 신흥국 시장이 또 한차례 흔들릴 수 있다"며 "저가매수에 나설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젠 이사는 "연준이 몇 달에 걸쳐 자산매입을 축소할 경우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갑자기 중단될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신흥시장에 대한 위험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