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수수료 현실화' 발언에 따른 시장혼선이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은행권의 수수료 원가 분석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원가수준이 은행마다 각각 달라 수수료 조정의 근거로 삼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연내 각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수수료 산정방식 모범 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수수료 모범 규준에는 수수료 원가 산정 방식에서부터 산정 절차 등을 세밀하게 담을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원가 분석 없이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은 것도 있고 적게 받은 것도 있다"면서 "그동안 원가분석을 했더라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그동안 주먹구구식이었던 은행권 수수료를 내부절차를 투명하게 해 체계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각 은행들이 원가가 잘 산정됐는지 내부적으로 스크린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이 수수료 가격을 책정할 때 가산금리처럼 절차를 마련해서 공정하고 투명한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원가 분석에 대해 금융권 뿐 아니라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모범 규준에 따라 은행별 원가 분석이 이뤄지더라도 수수료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합당한 근거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것.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조달코스트가 다 다른 상황에서 원가가 얼마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다 혹은 낮다고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 "수수료 수준이 어느 정도냐를 가늠하는 정도지 (수수료 수준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현실화' 논란이 증폭되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은행들은 답답한 심정이다.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수수료 인상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시각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수수료 원가분석은 과거에도 몇차례 이뤄졌다.
지난 2005년 금융감독원에서 서울대학교에 수수료 원가분석과 관련해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2011년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금융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수수료 원가 분석을 실시했다.
지난 2011년 당시 금융당국은 수수료 원가 분석을 통해 은행권에 수수료 인하를 압박했다.
은행들 입장에선 원가분석에 따른 수수료 인하는 감내해야 하지만, 인상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경우 여론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실 수수료 인하 혹은 인상이 은행의 전체 수익 구조에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수수료 인상 가능성에 대해 시선이 좋지 않고 자칫 은행권 원가분석에 대한 담합 우려도 제기될 수 있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도 "은행권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원장이 고민 끝에 화두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원가 분석과 수수료 문제는 사실 답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