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예상치 못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향후 특허 협상에서 삼성전자의 협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에 대한 명확한 스탠스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이례적인 거부권 행사..보호무역주의 논란 가능성
미국 행정부는 3일(현지기간)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구형 애플 스마트폰 제품 등의 수입 금지 처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25년여만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상당히 낮게 봤다. 미국의 IT전문매체 씨넷은 '예상치 못했던 행동(unexpected move)'라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행정부가 ITC의 결정을 뒤집으면서까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에 대한 명확한 스탠스를 취한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공격적으로 체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더 공격적으로 자국 기업 권리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등 관련 당국과 협의 끝에 ITC의 수입금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먼 대표는 서한에서 "이번 결정은 수입 및 판매 금지가 미국내에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사항을 검토한 후 이를 기반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가능한 법적 조치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애플 로비력의 승리인가..9일 ITC 판정 주목
이례적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당장 며칠 앞으로 다가온 ITC의 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4건의 침해, 미국 수입금지 요구에 대한 최종 결정을 이달 9일(현지시각) 내릴 예정이다.
ITC는 앞서 작년 10월 삼성전자의 일부 제품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일 최종 판정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ITC는 뚜렷한 해명없이 ITC는 판정 일정을 미뤘다. 일각에선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ITC측이 일정을 미룬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ITC가 결정하는 수입금지 조치는 구형 제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실 두 회사의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타격은 향후 진행될 협상력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측에 기운듯한 스탠스를 취한 것은 향후 협상에서 삼성전자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협상에서 더욱 고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거부권 행사를 애플 로비력의 승리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지난달 말 미국 상원의 에이미 클로부차 반독점 경쟁정책 소비자권리 소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4명이 수입 금지를 막아야 한다며 대중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민간 사업자, AT&T와 버라이즌같은 현지 통신사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