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올 초부터 증권사들이 내놓기 시작한 RP(환매조건부채권)가 없어서 못파는 귀한 몸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는 30주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올 들어 6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이끌어냈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4% 수준의 금리를 좇아오는 투자자들과 업황 침체 속에 신규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증권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증권사들이 역마진 우려를 감수하고 유치한 신규 자금이 다른 투자 상품으로 옮겨탈 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이 올해 1월 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특판 RP는 지난 2일 기준으로 30주 연속 완판됐다.
이 특판 RP는 1년 만기에 연 4%의 금리로 신규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가입 금액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매주 120억원씩 공급되고 있다.
판매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난 이 상품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매주 월요일 개시되면 1분도 안돼 예약이 마감, 약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판매금액도 5800억원 수준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는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처가 마땅히 없다 보니 특판RP의4% 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와 1~2번 대기하면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힘든 상황"이라며 "매주 공급되는 수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투자자들이 문의는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에 확정금리를 더해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내놓는 특판RP는 연4%의 금리로 기존 고객이 아닌 신규 고객이나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일부 증권사는 주식형 등의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에 이 특판RP를 내놓고 있다.
다른 증권사 역시 특판RP 판매 금액이 많게는 몇천억원 대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연 4%의 특판RP 3300억원 어치를 팔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일 기준으로 2800억원에 가까운 특판RP를 판매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월말 부터 4월 초까지 총 2000억원 어치의 특판RP를 팔았고, 현대증권은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1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된 특판RP를 통해 105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대신증권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연 3%의 특판RP를 9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9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특판RP는 증권사들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구조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상품을 팔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곳을 찾는 투자자들을 이끌어서 고객으로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P상품은 사실 역마진 부담이 있어 증권사들의 전략상품은 아니"라며 "은행권 등 다른 곳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묶어두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에서 특판RP를 통해 신규로 유치한 자금이 다른 투자 상품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향후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