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 추진에 대한 반대 급부로 법인세율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투자 촉진과 외자 투자유치를 통해 소비세율을 인상할 경우 일본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상쇄한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세율 인상으로 가계에 부담을 주는 대신에 기업의 세 부담은 줄여준다는 방침이 여론이나 정치권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13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신조 총리가 법인세율 인하를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아베 정부의 소비세율 인상 방침은 오는 9월이나 10월 중 결정될 예정이며, 소비세율 인상과 함께 법인세율 인하 제안도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12년 현재 대지진 부흥을 위한 임시세를 포함하는 일본의 총 법인세율은 38.01%로 선진국들 중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도쿄 소재 법인의 유효세율은 35.64%에 이르는데, 이 중에서 23.71%가 중앙정부세율, 11.93%는 지방세율로 구성된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장려하고 외국기업들의 자본투자를 촉진하려면 유효세율 인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법인세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법인실효세율이 20% 대가 주류라는 점을 들면서, 일본 재정악화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아베 총리는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할 때 법인세율 인하 방침을 강조한 바 있고, 지난달 말 관방장관도 일본기업이 외국기업과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하면서 설비투자 감세와 법인세율 인하 의지를 천명했다.
법인세율이 35%에 달하는 미국도 지난달 3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28%까지 줄이고 제조업의 경우 25%로 낮춰주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제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 재원을 대기업 세제혜택 축소를 통한 세입 확대와 기업 조세회피 방지 강화를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화당의 경우 법인세율 인하를 앞세우지만 이 경우 재원을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보전한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과 차이가 있다.
앞서 보도에 의하면 일본은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면 세수가 약 3000~4000억 엔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38% 세율을 30%까지 내릴 경우 약 2.4조~3.2조 엔의 세수가 비게 된다. 하지만 이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가 촉진되면서 걷히는 조세 효과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세율 인하는 기업들의 세 부담만 줄이고 투자 촉진으로는 그만큼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지난 2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2.6%로 예상을 밑돈 가운데 아베 내각 관방참여로 총리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예일대의 하마다 고이치 명예교수는 소비세율 인상 계획을 1년 연기하고 방식도 좀 더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별도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