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준비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제도 중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관련 상품이 이달 말 은행권에서 출시된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우선변제권'을 은행에 양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효과를 도모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지방 2억원 이하)의 전세 신규계약, 재계약 시 신청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시, '임차인이 전세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맺으면 금융기관에 우선변제권을 인정함으로써 전세대출의 담보력이 강화돼 저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반면 전세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전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정말 목돈 안 드나…집주인, 세입자 중 누가 이익?
말 그대로 목돈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과거 목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자를 당연히 물어야 한다. 대신 이자가 소폭이라도 줄어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게 될까.
만약 제도 시행 전후로 전세가격에 변화가 없다면 일단 세입자가 이익을 본다. 세입자는 연간 기준 최고 0.5%p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세가가 2억원이라면 연 100만원 정도 대출이자 부담이 준다.
대신 손해를 보는 쪽은 은행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상품구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은행은 종전 4.5% 정도의 대출이자를 받다가 4%로 대출금리를 낮추게 돼 예대마진이 줄어 그만큼 손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이같은 제도를 수용하는 것은 우선변제권 때문이다. 은행은 수익이 다소 축소되는 대신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토부와 이번 제도를 협의 중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리스크가 줄어드는 대신 은행은 저리로 대출을 해준다. 예대마진은 그만큼 당연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세입자는 소폭이라도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여기까지가 정부의 구상이다.
◆ 전세물량 없어…전세가 더 오를 수도
문제는 전세가격 상승이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얻는 약간의 이익을 자신이 가져가기 위해 전세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전세시장처럼 공급량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세입자가 얻게 되는 이익을 전세주택 공급자가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 현재 전세가가 2억원이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그대로 은행에 예금한다고 가정 ** 전세가가 2.25억원으로 상승할 경우. 세입자가 입는 혜택은 사라지고 집주인의 이자수입만 늘어난다. |
더군다나 이번 조치로 전세가가 상승하게 되면 정책 대상자가 아닌 세입자들, 즉 전세가가 3억원을 넘거나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을 초과하는 가구의 경우 오히려 종전보다 더 높은 전세가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이번 정책 만으로 전세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 자체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세입자에서 은행으로 양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변화 자체로 대출여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무한정 전세가를 올려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니므로 전세금 상승 효과는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서, 당장 오르는 전세값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