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증시가 급락하면서 다급해진 인도가 추가 규제는 없다며 시장 패닉 진화에 나섰다.
지난 16일 루피화는 달러당 62.03루피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앞서 인도중앙은행(RBI)이 루피화 약세를 진정시키고자 해외 투자 및 송금 한도를 축소한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해 연준의 완화정책 축소 역시 빨라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인도 시장 내 유동성 축소 불안감이 점화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뭄바이증시의 대형우량주로 이루어진 대표주가지수인 센섹스(Sensex) 역시 3.97% 하락한 1만8589.18로 마감되며 2년여래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루피화와 인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패닉장을 연출하자 지난 주말 만모한 싱 총리가 직접 나섰다.
인도언론연합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싱 총리는 인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긴 하지만 위기 상황까지는 아니며,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충분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91년과 같은 채무위기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인도에서 언제든 투자 자금을 회수해갈 수 있는 규정을 제한하는 방안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이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진화 노력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인도 당국의 투자유치 및 성장 회복 노력이 더 포괄적으로 이행되지 않는 이상은 루피화 추가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다.
코넬대학 이코노미스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글로벌 자금 변화에 대한 인도 경제의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향후 몇 주 내로 대대적인 개혁 패키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기적 조치들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고,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 포트폴리오매니저 데릭 어윈은 “인도는 현재 투자할만한 경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인도 트레이더 라메쉬 다마니 역시 “인도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3월 31일로 끝나는 회계연도의 인도 경제 성장률이 낮게는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조사에서 전망치가 최고 6.5%까지 나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또 내년 5월 전에 열릴 총선에도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총선 결과를 의식해 인도가 추가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물론 인도에 대한 낙관론이 완전히 부재한 것은 아니다.
애버딘 자산운용 소속 에드윈 구티에레즈는 “일단 총선이란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나면 투자 신뢰도 역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