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가 전·월세 대출확대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전·월세 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전세난'이란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저금리로 대출 수요가 상당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집 없고 전세보증금 마련마저도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월세자금대출 종합 개선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월세자금 대출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이날 은행들은 전세대출 한도 역시 30% 가량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정책을 발표, 이번 주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는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06년 가계부채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림:한국은행, 국민은행> |
주택시장은 공급이 단기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통상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정부의 임차인 지원이 고스란히 가격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지원이 일시적으론 임차인의 숨통을 터줄지 모르지만 다시 가격상승의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로 은행과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평균 비율은 13.88%로 전분기(14.00%) 대비 0.12%p 떨어졌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 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함을 의미한다.
가계부채 역시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당초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부의 대출지원책이 은행과 서민의 부실을 키워 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전·월세 가격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돈을 빌려줄테니까 높은 전·월세 가격을 감당하라는 것"이라며 "집을 당장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또다른 가계부채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서민주거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예컨대 보유세 확대를 통해 집값 정상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정부는 주택 매매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오히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을 추진 중이다.
최 부장은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여전히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안 사는 것이지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취득세와 거래세를 낮추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보유세를 올려서 먼저 전체적인 집값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