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STX그룹 지주회사인 STX가 회사채 덫에 걸려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신규자금 지원 시 향후 회사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지원은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단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STX의 정상화에 회사채 투자자들도 손실분담을 해야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기본입장으로 STX팬오션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덫에 걸린 모습이다.
21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포함한 STX의 미상환 공모사채 규모는 약 3360억원이다. 발행금리나 보장수익률이 6%대다.
그런데 이 공모 회사채가 STX가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에서 걸림돌로 등장했다.
STX의 실사결과 계속기업가치(8767억원)가 청산가치(7472억원)보다 1295억원이 높게 나왔지만, STX의 영업과 출자전환 등에 대한 전제조건이 붙은 결과였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도 5대1 균등감자와 출자전환, 채권상환 유예와 금리인하 등을 정상화방법으로 제시하면서 비협약 채권자들의 동참이 조건으로 달았다.
계열사들이 채권단이나 법원의 관리하에 있는 STX가 지주사로서 수익모델이 불안정한 가운데 채권단 보유분을 제외한 공모사채 규모가 2999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채권단들만의 자율협약으로 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공모사채 투자자들만 채권을 회수하는 셈이 된다. 예컨대 4000억원을 지원하면 3000억원이 공모사채 상환에 사용되는 것이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을 떠안는 대신 고수익을 받는 회사채 투자자들도 손실분담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지원규모가 4000억원 이상인데, 정상화가 되지 않을 위험을 고려하면 오히려 채권단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회사채 덫은 STX팬오션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산은 PE가 STX팬오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감자와 채무조정이 필요했고, 당시 채권단도 팬오션의 공모 회사채 상환으로 지원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우려했다. 자율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 해결책이 없었다.
결과는 채권은행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법정관리였다.
이번에 산은은 채권금융기관들에 단서붙은 정상화방안에 동의여부를 물을 방침이다.
비협약채권자들이 협약에 참가하고 채권비율 75% 이상이 동의하면 신규자금 지원 등 정상화가 시도된다.
반면, 회사채 투자자 등의 비협약채권자들이 참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의무도 없을 뿐더러 법정관리에 가면 채권자들에 대한 공평한 대우에서 더 신뢰성이 확보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과 같이 강덕수 회장이 직접 나서야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맥락에서 STX는 자율협약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우선 연말에 회사채 2000억원이 만기 도래하는데 늦어도 그때까지는 부도를 피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