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얼마 전에 35억원에 전세 물건을 구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에도 집을 내놓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거래로는 연결이 안됐어요"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인근 G부동산)
"전세는 보통 2~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고요. 나오자마자 계약해야지 망설였다가는 바로 다른 대기자가 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급주택은 대부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이 많아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전세 찾는 사람 상당수가 헛걸음만 하고 가는 상황입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UN빌리지 인근 N부동산)
이사철도 아닌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딴나라 얘기'로 들리던 초고가 주택시장도 전세난이 시작됐다. 강남 아파트 한 채 매매가격을 훌쩍 뛰어 넘는 금액으로도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초고가 주택 전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 전세 '줄서서 기다려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가 아파트로 오른 뚝섬 '갤러리아 포레'는 전세 대기자만 10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나마 80평형짜리는 1건이 20억원에 나와 있다. 하지만 문의가 가장 많은 90~100평형대는 여전히 물건이 없다.
최근에는 보증금으로 35억원에 100평형짜리 물건을 구해 달라는 전세 수요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끝내 계약에는 실패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 대부분이 직접 거주 중"이라며 "50억원이 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35억원 받자고 집을 빼주고 이사 가겠냐"고 말했다.
'갤러리아 포레'는 월세난까지 겹친 모습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70평형짜리 월세가 1200만원 수준인데 최근 1500만원까지도 줄 수 있으니 물건만 나오면 연락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급 빌라촌의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UN빌리지에도 전세 매물은 4건 뿐이다. UN빌리지는 수백여 가구에 달하는 대형 빌라촌이다. 하지만 그래도 전세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위치와 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셋값은 25억원을 호가한다.
평창동과 성북동에 공급된 고급 타운하우스 ‘오보에힐스’와 ‘게이트힐스’는 물건이 없어 호가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체 가구수가 18가구, 12가구로 소규모 단지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계약자 대부분이 실거주하고 있어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평창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급 빌라는 투자수요가 거의 없어 계약자 본인이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이 때문에 전세매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게이트힐스 같은 경우는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요 느는데 공급은 제자리..전세난 부추겨
초고가 주택의 전세난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강남 기존 고가 아파트들의 노후화에 따라 신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다. 또 경제 성장에 따라 부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초고가 주택 전세난의 잠재적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초고가 주택 택지 부족으로 공급은 끊어진 상황이다. 일반 주택과 달리 애초에 임차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건의 수가 한정된 것이다.
여기에 초고가 주택은 특성상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세나 월세 같은 임차 매물이 희소할 수밖에 없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고급 주택은 공급이 무턱대고 늘어날 수 없는데 반해 전세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과거 전셋값 폭등 4차례 '전세규제'가 효과 뚜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