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군사제재 결의안이 무산됐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조사단에게 시간을 더 달라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은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영국이 UN 안보리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제재 결의안을 제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UN 5대 상임이사국이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날 회의는 미국과 러시아 및 중국의 입장차이로 결국 무산됐다.
당초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의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작 1시간만에 러시아와 중국 대표가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사만다 파워 주UN 미국대사가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 개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알렉산더 판킨 주UN 러시아 차석대사와 왕민 중국 대표가 반발하며 회의장을 이탈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이날까지 결의안 채택을 마무리한다는 강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이날 결의안 채택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코소보 사태' 때처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UN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없이 독자적으로 시리아에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안보리 회의 무산 직후 메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시리아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만큼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여전히 즉각적인 군사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영국이 시리아 내전 당시 화학무기가 사용됐는지를 조사 중인 UN 조사단 활동이 끝나기 전까지는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시리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은 서방이 독자적으로 공습에 나설 경우 주변국으로의 확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역시 시리아 정부군의 반격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방 국가들의 강경 대응 방침과는 달리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UN 조사단의 정상적 조사를 촉구하며 외교적인 해법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