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발전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열린 G20 정상 워킹 세션에서 회의에 앞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뉴시스] |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네 번째 양자회담이자 미국·중국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의 세 번째 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의 협력 등 이런 과제와, 또 푸틴 대통령께서도 극동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다)"라며 "그런 것이 접목된다면 두 나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10월에 서울에서 유라시아 협력 국제컨퍼런스가 열리게 된다"며 "러시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감사하겠다"고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면서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런 점에 대해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영향을 줬다"면서 "같이 해결해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고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경제협력과 관련해선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눠 우선순위를 둬 추진하고 앞으로 사안별로 구체적인 진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적극적 참여에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우리는 아시아지역에서 대한민국이 우선적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표했다.
약 40분간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동북아 문제, 군사기술 관련협력, 사회문화협력 등도 논의했지만 주로 경제협력 분야와 관련해 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했다.
또 이달 중순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출발하는 첫 내빙선 등과 관련해 러시아가 협력해줄 것을 박 대통령이 당부했다. 이 밖에 에너지 및 조선 분야에 대한 협력도 논의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현재 올해 안에 방한하는 계획을 우리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일정이 최종 합의되면 양국 정부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방한할 경우 대통령 자격으로는 세 번째 방한이 되며 푸틴 3기 정부 들어서는 첫 방한이다. 푸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2005년 방한 이후 8년만이다.
윤 장관은 "9월에 (정상회담을) 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겠다는 것은 사실 외교적인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며 "결국 푸틴 정부가 우리나라 관계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남·북·러 3각협력과 관련해서도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더욱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문화원 설치 협정 및 사증 면제협정 체결 등도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시간적으로 경제문제를 많이 (논의)하다보니 사실 조금 시간이 부족했다"며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기가 돼 러시아 측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 독일 메르켈 총리 및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사와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방안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콘스탄티노프스키궁 독일 정상 빌라에서 열린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해 "역사를 바로 보기를 바라고 있다"며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묻는 메르켈 총리에게 "일본이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해 협력해나갈 중요한 이웃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역사를 바로 보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22일 있을 독일 총선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박 대통령이 조속히 독일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유로존 위기 극복과정에서 독일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콘스탄티노프스키궁 카자흐스탄 정상 빌라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만나 이번 순방 기간 중 세 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카자흐스탄의 국부로서 존경받고 계시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결단으로 국제 평화에도 기여하셔서 국제적으로 지지를 받고 계신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유라시아 협력 확대' 추진과 관련해 '상생과 협력의 대(對)중앙아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양국 협력을 심화·발전시켜나갈 것을 당부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이어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잠빌 해상광구 석유탐사, 아티라우 석유화학 건설 등의 사업을 들어 "이런 사업이 잘 추진돼 양국 간 경협이 더욱 촉진됐으면 좋겠다"면서 광물자원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분야 협력 등을 강조했다.
이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관계는 아주 좋은 사이"라며 "좋은 관계를 계속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는 12만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고 양국 관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도 "서로 좋은 시간에, 좋은 기회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