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축소하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이머징마켓의 유동성 썰물이 미국 국채시장을 역공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유동성이 대폭 이탈한 신흥국이 미국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9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0.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중앙은행의 ‘팔자’가 지속되고 있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바스코샤 은행의 알리 잘라이 트레이더는 “미국 국채시장의 매수 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에 통화 가치가 급락한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국채 매도가 꼬리를 물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JP 모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이머징마켓의 통화는 9.1% 급락했다. 또 8월 말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해 2001년 10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기간 내림세를 나타냈다.
통화 급락에 제동을 걸고 나선 신흥국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상당 규모로 팔아치우는 움직임이다.
브라질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지난 6월 말 2537억달러을 기록, 전분기 257억달러에서 줄어들었다. 지난달 600억달러 규모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키로 하는 등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는 만큼 국채 ‘팔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루피아화가 폭락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분기 미국 국채를 25억달러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이후 루블화 방어에 나선 러시아 역시 2분기 미국 국채 보유량이 9.8% 급감한 138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국채를 1240억달러 매도했고, 브라질과 대만, 러시아가 총 220억달러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역시 182억달러 매도해 전체 보유량이 27% 감소했다.
통화 가치 하락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중국도 미국 국채 보유량은 지난 6월 1.7% 축소해 1조2800억달러로 낮춘 바 있다. 6월 감소 규모는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로 인해 3%선 돌파를 저울질했다.
BOA의 빈 가오 채권 리서치 헤드는 “중앙은행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이 국채시장에 할애되는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때 채권을 일정 부분 매도해야 한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이미 미국 국채시장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