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소식은 관련 회사채 보유자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최근 M&A는 유럽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M&A로 기업 자금 사정이 좋아지거나 회사채 가치(가격 상승)가 오르면서 채권자들의 이익도 증가한 까닭이다.
지난 2일 미국 통신기업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은 영국 보다폰과 합작해 설립했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보다폰 지분 45%를 1300억 달러(약 141조 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금세기 들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인수건의 수혜자는 바로 보다폰의 채권자들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에 따르면 인수로 인해 보다폰의 EBITDA 대비 부채 비율은 기존 3.1배에서 2배 미만으로 줄었다.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다. 보다폰의 유로화표시회사채는 인수 발표 후 다른 유럽 통신사들을 뛰어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MS와의 인수 발표 후 노키아 회사채 가격은 상승했다. <출처 : FactSet, WSJ 재인용> |
노키아 채권단도 마찬가지로 수혜를 봤다. 지난 3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54억 유로(약 7조 8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노키아의 회사채 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인수 발표 전 50만 유로를 넘었던 채무불이행(디폴트) 대비 보험금 지급액은 22만 9000유로로 절반 이상 차감됐다. 인수가 노키아의 디폴트 리스크를 줄여준 것이다.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수로 인한 유럽 회사채 수혜는 연쇄적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WSJ는 시장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지분 매각으로 자금이 넉넉해진 보다폰이 스페인 케이블사업기업 ONO를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웰스파고 산하 ECM 어셋매니지먼트에 따르면 ONO의 디폴트 보험 지급액은 9만 유로로 줄었다.
유럽 회사채가 각광 받는 다른 이유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매입 축소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유럽기업들의 유로화표시채권 금리기준인 독일국채 분트(Bund)의 수익률은 미 국채 기준금리보다 상승폭이 훨씬 작다. 이로 인해 미국의 투자적격 회사채는 전년대비 4.4% 줄었으며 고금리채권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유럽 투자적격 회사채는 전년대비 0.4% 증가세를 보였으며 고금리채권도 4.5%나 늘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