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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재개발사업]① 땅 지분값 최고가比 30% ‘뚝’..매몰비용도 부담

기사등록 : 2013-09-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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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장기화, 구역지정 해제 등 불확실성 커..의견 조율 난항도 문제

[뉴스핌=이동훈 기자] “재개발 조합원 지분 가격이 3년 전만 해도 3.3㎡당 3500만원 안팎을 오르내렸는데 최근엔 2000만원 중반에 내놔도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강동구 천호동 인근 온누리공인중개소 대표)

부동산 투자의 꽃으로 평가되던 주택재개발 사업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사업진행이 멈춰선 구역이 적지 않은 데다 장기적인 주택값 하락으로 사업성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개발 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그동안 사용한 매몰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는 주요 지역의 재개발 지분가격은 최고가 대비 30~35% 후퇴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25개구 자치구 중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은 총 292곳에 이른다. 이중 조합원 간 소송과 낮은 주민 참여율 등을 이유로 중단된 사업장이 23곳이다.

앞으로 재개발사업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출구전략 차원에서 사업의 추진주체가 없는 사업장 뿐 아니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 대해 구역지정 해제를 유도하고 있어서다.

서울 한남동 재개발 사업장 모습

◆시세하락에 지분가격 뚝..매몰비용 떠안을 수도

서울 주요 재개발 추진지역의 지분가격은 이미 최고가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구역은 지난 2008년 3.3㎡당 최고 3000만원을 웃돌았으나 최근엔 33%가량 빠진 2000만~2200만원선에 움직이고 있다.

강동구 천호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지난 2010년 3.3㎡ 36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이달엔 30%가량 주저앉은 25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시세도 호가에 불과해 실제 거래가격은 더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동구 인근 P공인중개소 대표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사업 초기에 시세가 가장 크게 뛰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지분가격이 30%는 낮아진 상황”이라며 “토박이 조합원들이 매도호가로 높여 물건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는 실질적으로 전무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사업 반대로 구역이 해제되면 매몰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도 투자수요를 막는 요인이다. 사업이 중단되면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사용한 설계비, 감정평가비, 추진위·조합 운영비, 컨설팅, 법무비 등을 조합원들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

감정평가비는 보통 1000가구 기준으로 50억~60억원, 설계비는 20억~30억원 안팎이 들어간다. 기타 일반관리비 등까지 더하면 매몰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사업 초기에 투자에 뛰어들기엔 위험부담이 큰 셈이다.

◆사업장 대부분 멈춰서..낮은 사업성에 의견 취합 난항

                                     <자료=서울시>
서울시와 재건축·재개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 추진지역 중 기본계획을 설립하고 조합해산 전인 사업장이 총 282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초기 단계인 추진주체가 없는 사업장이 11곳, 추진위원회 설립이 78곳, 조합을 설립하고 해산 이전이 193곳이다.

하지만 사업시행 이전 단계인 143곳은 대부분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업시행은 아파트 건축설계가 확정되는 단계로 사업이 안정권에 진입한 것을 뜻한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조합원 동의율을 충족치 못하거나 추진위원장 교체, 구역해제를 묻는 실태조사 진행 등 다양하다. 개발규모가 크고 입지가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등포구 신길2구역은 서울시가 구역지정 해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태조사로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지난 2007년 8월 추진위 승인 이후 5년간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다.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총 1772가구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신길2구역 인근 K공인중개소 사장은 “신길동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대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지만 크게 떨어진 사업성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조합원들이 늘어 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는 10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사업재개 여부가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동 중심에 위치한 한남4구역은 추진위원장 교체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앞서 조합원 동의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로 반대파가 소송을 제기해 기존 추진위원장을 끌어 내렸다. 사업 진행이 지난 2010년 추진위원회승인 때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이 지역은 아파트 최고 29층, 1630가구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9구역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어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08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후 사업 추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며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분양 1280가구와 임대 218가구로 추진중인 사업장이다.

조합원 관계자는 “오는 27일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조합 대의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큰 결과물을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택가격 하락으로 보상비가 낮아지자 이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조합원들은 개발보다 현 상태로 살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경기에 더 취약한 재개발사업

재개발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은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는 재개발사업이 재건축보다 사업 특성상 더 취약하다.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짓는 재건축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평가액이 낮아져도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받기 때문에 조합원 간 불협화음이 덜하다. 하지만 재개발은 다세대, 다가구, 상가점포 소유주 등 다양한 형태의 조합원이 섞여 있어 의견 취합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보상가액이 소유 유형에 따라 차이가 큰 탓이다.

앞으로도 재개발 사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옛날처럼 급등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재개발 지역에 일명 ‘지분쪼개기’가 성행하며 투기 광풍을 몰고 왔으나 주택경기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강남권 및 한강변 등을 끼고 있는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곤 재개발이 부동산시장을 선도해 나갈 힘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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