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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1년] "낙제점 겨우 면해"… '아베 시세' 어디로

기사등록 : 2013-11-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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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사헌 기자] 노다 요시히코 일본 전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결정으로 개시된 일본의 '아베노믹스' 시기가 1년을 경과했다. 금융 완화가 먼저냐 아니면 구조개혁이 우선해야 하느냐는 오랫 동안 계속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이 정책은 국제 시장에서 무시당하며 추락하던 일본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열기가 크게 식었다. 이른바 '아베 시세'라고 불리는 '금리 하락, 환율 상승 및 주가 상승' 등이 정점에서 계속 막힌 이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데다 달러/엔도 100엔 시험을 수 차례나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에는 물가 달성 목표나 재정 부양책의 내수 부양 한계 지적은 물론, 구조개혁과 성장전략의 실현 가능성도 의문에 빠졌다.

도쿄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앞서 '3개의 화살' 정책에 대해 전체적으로 "겨우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아베 시세'는 당분간 유효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폭 추이. [출처 : MarketWatch Data]
◆ 아베노믹스 시장 평가 "낙제점 겨우 면해"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5조 엔 규모의 경제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순 효과는 별로 없어 재정정책 쪽은 막혔다. 성장전략도 과도하게 기대만 컸을 뿐 새로운 것은 없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쟁점이 많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다시 과감한 추가 '금융 완화' 쪽에 기대를 걸자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추가 완화정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정책을 재평가하고 한계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1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 1년을 맞아 일본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각각 3명씩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3개의 화살' 정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나와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줬다고 전했다.

특히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평균 78점의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성장전략에 대해서는 불과 44점을 줘 대조적인 평가를 드러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시장 전문가들은 2014년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 전망치를 낮게는 1만 2000엔에서 높게는 1만 8000엔 수준으로 제시하고, 달러/엔 환율의 경우 90엔부터 108엔까지 폭넓게 예상했으나 평균적으로는 95엔 이상의 환율 흐름을 내다봤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은 0.300%까지 내다본 전문가도 있었으나 대부분 0.500%~0.600%를 바닥으로 보고 위로는 1.000% 내외를 예상했다. 한 전문가의 경우 1.400%까지 상승할 것을 점치기도 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 막힌 '아베 시세' 어디로?

니혼게이자이 조사 결과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회복이 지속되고 달러/엔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이상 일본 기업들의 실적 회복과 함께 닛케이 주가지수가 2015년까지 꾸준히 상승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제출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의 정책변화와 국내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고했다.

BNP파리바 증권의 수석전략가는 지수 1만 8000선까지 가려면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정책과 연금(GPIF)이 주식보유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들 두 요인 때문에 현재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러/엔 95엔~106(/107)엔 전망을 제출한 씨티은행과 미즈호은행의 수석전략가들는 내년 3월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개시되고 나면 6월에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서고 미일 금리격차가 확대되면서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씨티의 경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느리게 진행될 경우에는 환율 상승 역시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미즈호의 경우 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는 저절호 매도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면서, 보험사들이 95엔 정도를 평균환율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달러매수 욕구도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채권시장의 경우 1.4000%까지 10년물 금리 상승 가능성을 열어둔 RBS증권 전략가는 유럽의 경상흑자, 미국의 완화정책 종료 흐름에 따라 2015년에는 일본은행(BOJ)도 양적완화를 종료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SMBC닛코증권의 채권전략가는 그러나 일본경제는 성장률이 점차 둔화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되어 선진국의 채권 금리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와증권 역시 물가 2% 목표 달성이 쉽지 않고 자금 대순환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 압력이 강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 외국인 투자자 아베노믹스 지지, 계속될까?

※출처: 日本經濟新聞
아베 총리와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미국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로 회동하고 서드포인트의 최고경영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크게 신경을 썼다. 일본 증시의 거래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4월에 양적질적 완하정책을 실시하고 6월에는 성장전략을 제시한 뒤 10월에는 소비세율인상을 결정하는 등 단기간에 신속한 정책 결정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아베노믹스'를 지탱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13조 엔이나 누적 순매수했지만, 그 사이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6조 엔을 순매도했고 연금과 보험이 각각 5조 엔과 1조 엔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정책이 일본 경제를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구할 것이란 기대에 기반해 일본주식을 매수해왔다. 덕분에 닛케이 주가지수는 70%나 오르면서 주요 선진국 증시를 앞도했다.

하지만 최근 RBS 은행 산하 운용사가 성장전략과 개혁 속도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일본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보도에서 보이듯이 외국인 투자가 계속 유입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 의회가 인터넷 약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에 합의하면서 아베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는 내부에서 조차 시험대에 올랐다. 이 문제는 단시간 내에 풀리지 않는 쟁점이다.

대신 일본 기업의 실적이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전 수준의 90% 수준까지 회복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지난 3분기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64%에 달해 경상이익 증가율 28%를 크게 앞질러 아직 구조조정이나 투자에 따른 비용 지출이 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임금 상승에 나서야 개인소비가 늘어나고 일본 경제 전반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촉진 정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됐다.


◆ "늦기 전에 개혁 메시지 전달해야"

일본은행 부총재 출신으로 지금은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를 맡고 있는 이와타 가즈마사 소장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식기 전에 유효법인세율을 25%까지 낮추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대담을 통해 "정부의 성장전략, 특히 규제완화와 구조개혁은 분명히 경제적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세부적인 정책들이 얼마나 경제적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충분치 않다"고 한계를 지적햇다.

이와타 소장은 이어 "쌀 시장과 고용시장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낙후된 분야에 개혁을 단행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규제완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재정건전화 노력은 물론 법인유효세율 인하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이미 실시한 양적질적 완화정책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시장과는 달리 실물 경제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나 실제 가격 인상이 우려 곡절을 겪을 수 있고, 특히 임금 상승세가 중단된 것을 다시 높여야 물가가 실제로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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