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성 일자리 양극화·‘경력’보다는 비자발적 취업 우려
[뉴스핌=김민정 기자] 박근혜정부 주도 하에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인 ‘고용률 70%’를 이루기 위한 핵심 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고용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각각 4000명과 900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고 민간기업이 시간제 근로자 채용시 인건비, 사회보험료 지원과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들도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600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했다. LG와 롯데는 각각 500여개와 2000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 한화도 연말까지 15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큰 방향에서는 맞는 것”이라며 “일-가정 양립을 통해서 현재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여성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시간제 근로자수 및 비중 추이(그래프=우리금융경영연구소) |
그러나 그 동안 시행돼 온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로 생긴 시간제 일자리들이 질이 낮았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번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이 되면 전일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더욱이 시간제 근로자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남성-여성 간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다시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동안 시간제 일자리는 그렇지 않았고,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형태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면 질 낮은 일자리에 여성이 많이 일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이 질이 낮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거나, 가사·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부담지우면서 가부장적인 성별 분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위해선 평가체계도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성공적으로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판매직이나 일부 저임금 서비스직을 뛰어넘어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처럼 저숙련·저임금 근로자가 수익이 낮은 기업과 매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네덜란드에서와 같이 노·사·정 간 대타협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도 제도적으로 많이 바꿔야할 것”이라며 “사람을 평가할 때 성과 위주로 해야지 자주 눈에 띄고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면 시간제 일자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영옥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우 자녀를 낳기 전까지는 남성과 비슷하게 전일제 근무를 원하고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출산과 양육을 하게 되면 양립하기가 어려워서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현재 시간제 일자리는 판매직이나 일부 저임금 서비스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자발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로 자리잡기 위해선 적정한 임금과 근무 조건을 갖추고 다양한 종류의 직무가 창출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허문종 연구원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 집착해 고용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경우 고용시장의 상황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시장 내 차별을 없애 일자리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더욱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