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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의 월드피플]'잡스의 진정한(?) 후계자' 조니 아이브

기사등록 : 2013-1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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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천재 디자이너.."팀 쿡도 조니를 위해 일한다"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영화 '잡스(Jobs)'.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축약해 담으려다보니 뭉텅뭉텅 잘려져 나가는 느낌이 있었지만 잡스의 후임이 될 만한 인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돌아오기로 한 잡스가 회사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와 조우하는 장면이다. 1967년 생인 영국 출신의 아이브는 1992년 애플에 합류했다. 그러나 초반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영화에서도 제안하는 아이디어마다 번번히 거부당했다고 아이브가 말하는데, 잡스는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아이브의 제품 디자인을 시간을 들여 주시한다. 그리고 뭔가 통한다는 눈빛을 교환한다.

영국 출신의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디자이너(부사장)(출처=텔레그래프)
여러 설(說)이 있긴 하지만 아이브는 결과물 자체로는 잡스와 함께 갈 수 있는, 잡스와 잘 맞는 인물이었다. 잡스가 돌아오기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스컬리와는 번번히 대립했고 잡스에게 사표를 날릴 계획이었지만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 회의에서 잡스가 그를 높이 평가하면서 회사에 남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아이맥이었다. 이어 알루미늄 파워북 G4, 아이팟, 아이폰은 다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됐다.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조너선 아이브의 화면을 띄웠다. 둘은 잘 어울려 자이비스라고 불리기도 했다.(출처=LA타임스)
둘은 하도 잘 어울려 다녀서 이름을 합쳐 '자이브스(Jives)'라고 불리기도 했다. 애플의 창의적인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지금은 잡스 사후 '관리'가 중요한 시기여서 관리의 달인 팀 쿡이 CEO를 맡고 있지만 이 자리가 곧 조너선 아이브에게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없지 않다.

그러나 워낙 애플이 장막을 많이 치고 있는 회사이고, 조너선 아이브 역시 공식적으로 외부에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꺼리는 편이라 그에 대한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진 않다.

이런 가운데 애플에 대한 저서를 많이 낸 린더 카니(Leander Kahney)가 이번엔 아이브에 대한 책을 내 주목된다. 제목은 '조니 아이브: 애플 최고의 제품들을 만든 천재(Jony Ive: The Genius Behind Apple's Greatest Products)'이다. 저자는 아이브의 디자인 행로를 통해 애플을 분석해 봤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이 책의 저자 카니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여기서 조니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볼 수 있다.

-조니 아이브는 정말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그가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라고만 알고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
▲아이브는 디자인 영재다. 그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디자인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은 세공인이었는데 디자이너에 가까운 인물이었고 영국에서 디자인 교육을 특별하게 만든 사람이었다고 한다. 부자가 거리를 함께 거닐면서 모든 가로등 기둥을 보고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지를 얘기했다고 한다. 비가 오나 안개가 끼어있으나.

조니는 학생시절부터 디자인 상을 많이 탔고 뉴캐슬 폴리테크닉(현 노스움브리아 대학)에 다닐 때에도 스타였다. 애플 입사 전 짧게 디자인 컨설팅 일을 한 뒤 애플에 들어오는데, 애플이 삼고초려를 했다고 한다.

-애플은 비밀스러운 회사로 유명하다. 당신(카니)이 조니 아이브와 접촉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텐데 책을 어떻게 썼나.
▲친구를 통해 다른 루트로 접근했지만 아이브가 거부했다. 그래서 애플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는 회사측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조니의 과거 사적인 삶의 궤적을 찾아보기로 했지만 학교 성적 등도 모두 확인하지 못하도록 했고 가족, 친구,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그의 옛 디자인 동료 중의 한 사람인 더글라스 사츠거란 사람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는 조니와 십수년 전 같이 일했을 뿐이었다. 그와 6시간 인터뷰를 했다. 다행히 그는 조니와 관련된 얘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파워맥 G5(출처=위키피디아)
-그래서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이 있었나.
▲팍스콘(애플의 하청 제조업체)의 궈타이밍(郭台銘, Terry Gou) 사장과 만났던 얘기였다. '파워 맥(Power Macintosh) G5'를 기억하는가. 당시엔 마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나 나올 법한 제품이었다. 

알루미늄으로 된 탑과도 같은데 조니와 더글라스는 궈 사장에게 "사람들이 이걸 책상 밑에 두기보다 책상 위에 두도록 하려고 한다"면서 "마더보드와 반도체 칩,칩 커버 등을 모두 안에 넣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궈 사장은 "미쳤냐? 그런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차 자세한 설명을 하자 궈 사장은 이해했고 그렇게 해서 팍스콘과의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조니 아이브와 관련돼 알아낸 사실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이었나.
▲그의 전 동료 3명이 전해준 얘긴데 조니가 친구와 함께 280 프리웨이(고속도로)에서 차 사고를 당해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팟이 나온 직후라 애플이 막 다시 부상하고 있을 때였고 직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을 때였다. 조니는 그 돈으로 제임스 본드의 슈퍼카로 불리는 '애스턴 마틴 DB9'를 샀고 그 차를 몰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고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경찰에 알아봤지만 없다고 했고 레커차 업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애플이 아마도 고액 연봉자인 조니였기에 사고를 당했던 사실을 숨겼던 것 같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조니가 난독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걸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조니가 워낙 눈치 빠르게 행동하고 촉각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가 디자인 회사 인턴을 할 때 만들었던 제품 중 하나는 만지작거리는 펜이다. 애플에 와서 처음 만든 것도 메시지패드(MessagePad)였다. 여기에 자신이 만들었던 만지작거리는 펜을 결합시켜 스크린 위에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결국 접촉을 통해 작동시키는 기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애플 스토어에 가보면 모든 사람들은 제품들을 만질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좌)와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오른쪽)(출처=가디언)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은 어떻게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뀌고 있는가.
▲사람들은 "조니가 왜 CEO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조니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CEO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라고도 한다. 

팀 쿡 CEO는 스티브 잡스에게 했듯 조니를 위해 일하고 있다. 실험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상의 업무에선 제외시켜주고 있다. 그러니까 팀 쿡은 (CEO가 됐지만)과거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주인(master)은 이제 조니다. 조니는 누구에도 답변하지 않으며 누구도 조니에게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지 못한다.

영국에서의 동료 중 하나였던 클리브 그리니어에 따르면 조니는 잡스가 차지했던 것보다 애플 내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잡스가 죽음으로써 애플을 떠난 건 큰 타격이었지만 만약 조니가 회사를 떠난다면 회사는 진짜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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