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한국과 호주 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호주 측은 한국산 제품 수입시 부과되는 관세를 5년내 철폐하고 우리 측은 8년내 철폐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내년 정식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절차를 거쳐 2015년 1월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과천 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한국과 호주 양국 간 FTA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3~4일 인도네시아 발리서 개최된 한-호주 FTA 7차 공식협상에서 ISD(투자자국가소송) 조항의 한-호주 FTA 반영문제, 상품 시장접근 이슈 등 모든 쟁점사항에 대한 협상단 차원의 논의가 마무리된 것이다.
향후 양국은 일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 및 협정문 전반에 대한 법률검토 작업을 거쳐 양국 간 FTA 협정문에 대한 가서명을 내년 상반기 중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후 영문본의 한글본 번역작업을 거쳐 정식서명을 하고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 오는 2015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한-호주 FTA는 상품, 원산지, 통관, TBT/SPS, 무역구제, 투자, 서비스, 통신,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협력 등 총 23개분야로 구성됐는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부문의 수출관세 즉시 철폐다. 현재 대호주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관세율 5%)관련, 주력품목인 가솔린 중형차(1500cc~3000cc) 및 소형차(1000cc~1500cc) 등 20개에 대해선 즉시 관세를 철폐키로 합의됐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 "최근 호주시장에서 일본차의 약진으로 국산차들이 주춤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전기기기, 일반기계 등 현재 5% 수준인 관세율도 즉시철폐키로 했고 자동차부품의 경우 3년내 철폐를 약속했다.
다만 우리 측은 농림수산물 시장의 민감성을 고려해 쌀 분유 과실(사과, 배, 감 등) 등 민감품목은 양허를 제외하고 쇠고기를 포함한 여타 509개 민감 농림수산물은 10년 이상 장기철폐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관심분야였던 쇠고기부문에 대해 윤 장관은 "15년 관세철폐 양허 및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통해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이번 한-호주 FTA체결시 양국간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철광석, 유연탄, 원유 등 자원분야 협력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호주는 한국의 7위 교역국이며 한국은 호주의 4위 교역국이다.
한편 이번 FTA체결을 계기로 우리측은 향후 TPP 참여문제에 대해 양국 간 장관급 차원에서 '예비양자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대해 호주측은 적극적인 환영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이하는 윤상직 장관과의 일문일답.
- ISD관련해선 한미FTA 논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호주와 ISD에 대해 합의했다면 한미 간 논쟁도 가라앉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나.
▲ 우리의 대외투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ISD를 협정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호주도 공감하고 협정문에 넣을 수 있게 됐다.
- 호주가 교역순위로는 높지만 수출보다 수입규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여타 FTA를 맺은 국가들과 비교해 어떤 실효성이 있나.
▲ 호주는 농산물 주요 수출국이지만 한미FTA 수준보다 추가 양보는 하지 않았다. 쇠고기나 농산물 모두 한미FTA 수준보다 보수적으로 막았다. 당초 우려한 피해는 없었다고 보는데 향후 정확한 피해예측을 통해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 반면 자동차는 즉시철폐를 통해 큰 성과를 이뤘다. 호주에서 일본차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국산차 시장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쇠고기 분야도 쟁점이었는데 한-미 FTA와 비교해 어떻게 다른가.
▲ 처음부터 호주의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다만 최종 타결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15년 관세철폐로 결정됐다. 한미FTA가 2011년 발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와의 이번 협상은 상당부분 지키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 이번 WTO각료회의에서 TPP관련 성과는 있었나.
▲ 우리의 TPP 관심표명에 대해 상당수가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TPP 참여여부는 12개 참여국들과 개별적인 예비협상 및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한-중 FTA, 영연방 3개국 협상, 호주와의 타결 등이 TPP 참여 협상에도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 이번에 어느 국가들과 접촉했나.
▲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경우 공식 장관회담을 통해 논의를 했고 멕시코와 베트남도 만났다. 일본 대표측은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오는 7일부터 TPP 각료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데 이때 나머지 협상 참여국들과 비공식 예비협의를 할 생각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