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살 길은 무엇일까? 올해 초 새 정부가 새로 출범했으나 내수부진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장 엔진은 수년째 멈춰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국회는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급한 민생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뉴스핌은 한국경제 위기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2014년 지방선거 등을 주제로 국회 주요 경제상임위에서 활동중인 국회의원들을 만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는 [국회경제통]이란 연쇄인터뷰를 마련했다.[편집자註]
<민주당 변재일 의원 [사진=김학선 기자]> |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중진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은 지난 11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복원 등의 달성이 현재 정책으로 가능한지, 민주당이 얘기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을 통해 가능한지 강하게 붙어보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변 의원은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라 경제민주화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복지가 함께 가야 경기 활성화와 성장이 가능하다"며 "1월쯤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책끼리 붙어보자고 할 것이다. 승부는 나지 않겠지만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해서는 "공기업은 그동안 국가정책의 집행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방만하게 경영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현재 같은 공기업의 방만한 재무구조와 경영은 강력하게 쇄신과 혁신을 해야 하지만 정부가 공통의 책임을 지면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그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한국 경제는 과학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김대정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전략"이라며 "박근혜정부가 과학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성장을 펴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말만 앞세우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갑갑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변 의원과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얼마 전 OECD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4%에서 3.6%로 낮추고, 한국경제 성장율은 이보다 0.2%p 높은 3.8%로 예상했다. KDI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3.7% 예상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3.9% 성장 이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안 나온다. 금년 성장률 등을 봐도 정부 예측과 어긋났다. 내년 예산 편성 과정을 봐도 26조원 정도의 적자예산을 불가피하게 편성하면서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심하므로 국제경제가 회복 안 되면 독자 성장하기 힘든 구조를 갖는다. 경제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한국 경제의 2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와서 베팅을 누구한테 할 것이냐고 할 정도로 경고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지 등 정치적 요인까지 내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사상 최대 흑자라고 하지만 국내 소비가 위축돼 있고 국내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년도에 설비 투자가 돼야 내년에 성장이 되는 것이고 내수시장이 활성화 돼야 하는데 현재 내수에 대해서는 지갑을 닫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자꾸 부동산경기에만 의존하려고 하는데 가장 손쉽게 국내 경기를 활성화할 수있는 부동산 정책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바람직한가를 보면 회의적이다.
- 오는 19일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경제분야 정책을 평가한다면?
▲ 공식적으로 새누리당에 정책 배틀을 제안하려 한다. 박 대통령은 분명히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걸고 당선됐다. 경제민주화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하기 위한 복지가 같이 가야 경기 활성화와 성장이 가능하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게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다. 양극화가 심화된 속에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양극화의 한쪽에 몰린 저소득층에게에 소비와 지출을 할 수 있는 재원을 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초과수익을 중소·중견 기업에 나눠주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견 기업이 스스로 연구개발을 하면서 성장하고 직원의 보수수준도 높아지며 좋은 직장이 돼 소비까지 하는 사이클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차원이 아니다.
- 새누리당에 제안하려는 배틀은 어떤 것인가?
▲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하던 공약을 걸고 당선된 분이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복원 등 정책목표 달성이 현재 정책으로 가능한지, 아니면 민주당이 얘기하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의 확충을 통해 가능한지 강하게 한번 붙어보자는 생각이다. 12월까지는 임시국회에 집중해야 하니까 1월쯤에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책끼리 강하게 붙어보자고 할 것이다. 승부는 나지 않겠지만 논의할 필요는 있다. 한다면 우리 진용은 경제학자들부터 전문가인 비례대표 의원까지 빵빵하게 준비가 돼 있다.
-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LH공사 등이 막대한 부채로 국가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 공기업 부채와 방만 경영, 낙하산인사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공기업은 그동안 MB정부에 의해 국가 정책의 집행 수단으로 악용됐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수자원공사와 LH공사 등은 정부가 할일을 대행한 것이다. 그들 스스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정부가 시켜서 한 것이라 방만 경영에 정부가 면죄부를 준 게 돼 버렸다. 그래서 공기업이 방만하게 경영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여태껏 정책수단으로 활용해놓고 이제 와서 너희 책임하에 해결하라는 것은 정부가 무책임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같은 공기업의 방만한 재무구조·경영은 강력하게 쇄신과 혁신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므로 정부가 공동의 책임을 지면서 강력하게 혁신해야 한다.
- 내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도는 현격한 격차가 나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는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0% 선까지 올라갔다 50% 선까지 내려가는 상태다. 역대 선거를 분석해보니 지방선거는 중간평가적 성격이 강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선거 결과로 반영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내년 선거는 현재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지고 잘못 한다는 불만이 40%까지 올라간다면 내년도 선거는 해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 추세로 봤을 때 박 대통령은 국정 지지도를 더 지탱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그간의 국정 지탱의 동력은 외교와 안보분야였는데 최근 구체적인 정책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일본집단 자위권 문제와 미국이 요구하는 MD문제, 방공식별구역 문제 등에서 강요를 받는 상태인데 적절히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공격적인 정책을 하기보다 방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상태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를 강력하게 받치는 분야에서 동력을 상실하고 국민적으로 기대했던 성장과 생활, 고용, 중산층 복원 등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가 심판론으로 갈 정도로 지지도가 추락할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하는 일을 그대로 놔둘 수 없는 게 아니냐 하는 견제론으로 갈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국민들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새누리당을, 2010년에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는 등 중앙정권과 지방정권을 분리해 권력을 몰아주지 않고 균형을 만들어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내년 선거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심리가 작동할 것으로 보고 민주당이 그 견제와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해볼만한 선거일 수 있다.
-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 그런 것은 내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제1번 국정과제가 정치 안정과 개혁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경제 문제와 복지문제가 1번이었던 것을 보면 제도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극에 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만을 치유하겠다는 안 의원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이 같은 제도권 정치를 해 온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를 불신하는 국민의 마음을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로 보고 있다.
- 변 의원은 지금은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이지만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내는 등 공직생활 중 상당 기간을 정보통신정책을 주관하는 정통부에서 보냈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 네이밍이 잘못돼서 창조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민주당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이름 속에서 하고자 하는 게 뭔지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과학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김대중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전략이다. 당시에는 첨단 기술을 통해 IT를 당시 세계 최고까지 단기간 내에 끌어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과학기술부총리를 둘 정도로 과학기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토목·건설 의존 형태의 전통 제조업에 의존하며 후퇴했다.
박근혜정부에서 다시 과학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성장을 펴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말만 앞세우면서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 갑갑하다. 이것은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가 아니고 국민의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것이 이명박정부 때 위축돼 있다 다시 부활한 것인데 새누리당 정부에서 그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행해 나갈 벤처기업 형태가 동력을 갖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한번 도전해서 패한 자가 패한 것이 자산되는 게 패자부활전이다. 종합적으로 연계해서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