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 이후 아시아 신흥국 자산시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된 요인은 신흥국 정부들이 이미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따른 영향을 차단하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두 나라는 올해 중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 언급 직후 외국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자산 시장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인도 경제의 경우 경제규모가 크면서도 대외채무 의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루피화는 지난 8월 외국자본의 일시적 유출로 한 때 25%대까지 폭락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실제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이 시작된 뒤 인도 시장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인도와 신흥국 시장이 달러화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도 루피화는 전일 달러당 62.14를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0.18% 하락하는 데 그쳤다.
P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미국 연준 테이퍼링 결정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왔고 온건한 변화여서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올해 초 당시 상황보다는 대비를 더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신흥국 금융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긴 했지만 그 폭은 깊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경우 달러 대비 0.3% 조정을 보이는 데 그쳤다.
리처드 제람 싱가포르 중앙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신흥국 정부들이 방책을 수립해 두었기 때문"이라면서 "대부분 6개월 전보다 더 강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당국은 이번 테이퍼링을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고 있다.
최근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를 낮추기 위해 정부는 금과 원유 등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였다. 또한 내수 소비도 하락해 수입 수요가 줄면서 직전분기 국내총생산(GDP)의 4.9% 수준이었던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최근 1.2%까지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역시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정긴축 정책을 통해 연료보조금을 줄이고 고급수입차 등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 바 있다.
인도 중앙은행도 지난 9월과 10월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인도 경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향후 수개월 내 갑작스런 자본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인도 가계와 기업 부문의 긴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중 연준의 테이퍼링에 따른 출구전략이 계속 진행된다면 신흥국 자본시장에 대한 파급 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리우스 코왈치크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게 없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높을수록 신흥시장에서 미국 시장으로 자본 유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 국채 수익률이 향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장의 흐름도 출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