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우리투자증권 '1+3패키지' 매각(증권+자산운용+생명+저축은행)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연기됐다. 막판 논란이 됐던 패키지 매각 해제 여부를 이사회에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
우리금융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간담회와 이사회 등을 열어 오후 6시께까지 회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우선협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안건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계열 자회사 민영화 관련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논의를 위해 이사회를 연기하고 추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리금융 이사회가 패키지 매각 해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개별매각을 하더라도 패키지 매각보다 우투증권 계열과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의 공적자금 극대화가 보장된다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패키지 인수가격을 1조2000억원대로를 가장 높게 써냈고, 파인스트리트는 이보다 적은 1조1000억원대, KB금융지주는 가장 적은 1조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우투에만 1조2000억원대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지난 16일 써냈던 본입찰 인수 제안가를 기준으로 개별 매각을 할 경우 패키지 매각보다 1000억원 가량을 더 회수될 수 있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별 매각을 포기하고 패키지 매각을 하면 배임 혐의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는 매각 게임을 일회성 게임으로 한정한 데서 파생된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우투 계열을 개별 매각할 경우 따로 떨어져 나오는 생명과 저축은행을 과연 이번에 증권에 묶어 팔 때보다 미래에 추가로 제대로 팔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두 매물은 이미 KB금융이 마이너스로 평가할 만큼 부실 매물로 판정된 상황이다.
결국 '개별매각=실리'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사외이사들의 고민이다. 외려 헐값 매각 논란으로 인한 배임 문제가 사외이사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패캐지 매각의 경우가 아니라 개별매각을 할 경우에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존재한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생명과 저축은행까지 생각하면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각 대금을 놓고만 볼 때도 패키지 매각이 옳다, 개별 매각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게 고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설사 이사들은 '개별매각=실리'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고 해도 관문은 더 남아있다. 패키지 매각 룰을 깰 경우 예상되는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미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사들은 게임 도중에 원칙을 깰 경우 룰 붕괴에 따른 향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의 신뢰성 확보, 공정성 담보 문제, 목전에서 우투를 놓친 농협금융의 법적소송 가능성과 우리금융의 승소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투 계열 매각부터 시작되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작업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못하면서 이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예상된다. 우리금융의 지방은행 매각 본입찰은 오는 23일로 바짝 다가온 상황이다.
실제 농협금융은 이날 우리금융 이사회 결정이 연기된 데 대해 사실상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증권계열의 입찰에 매각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면서 최선의 가격으로 참여했고 패키지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민영화 추진 방안 발표', '매각공고' 등을 통해 공자위와 우리금융 측에서 일관되게 천명한 원칙이었다"며 "앞으로 우리금융 이사회가 매각원칙과 기준에 입각하여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최종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