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통화가치 평가절하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각국 중앙은행이 내년에는 디플레이션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한 중앙은행들이 의도와 무관하게 디플레이션을 해외에 수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내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출처:뉴시스) |
HSBC는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것은 서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사이 특정 통화가 불가피하게 평가절상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 수준은 물론이고 목표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올해 하반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HSBC는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QE)를 지속한 데 반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새로운 부양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위험 수위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HSBC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환율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기에 영향력을 미칠 경우 근본적으로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보다 다른 국가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빚는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 국가의 통화완화 정책이 다른 국가에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이 갈수록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근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 하락이 발생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 가운데 통화완화정책은 단순히 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뿐 실물경기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HSBC는 설명했다.
특히 가계와 민간 기업, 정부까지 일제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설 경우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정부 부채 증가는 민간의 예금 증가나 부채 상환을 부채질할 뿐이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 카드를 꺼내든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HSBC는 경고했다.
정상적인 경기 사이클 속에서 경제 주체의 활동이 활발할 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데 반해 이른바 ‘포스트-버블’ 시대에서는 극심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부채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이로 인해 디레버리징이 더욱 난항을 맞으면서 실물경기 활기와 수요가 더욱 꺾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HSBC는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