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채권단의 성동조선해양 출자전환 계획이 난항을 겪게 됐다. 무역보험공사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반대하면서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날 오전부터 전날 무보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 통지의 진의 파악에 분주하게 나섰다. 전날 무보는 수은에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보는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하면서 출자전환이 중단되고 몇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가 붙인 일종의 부대조건은 다른 회계법인을 통한 재실사 시행, 경영정상화 방안 재수립, M&A(인수합병)을 위한 주관사 선정 등이다.
수은은 무보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 통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무보를 최대한 설득해 채권단에서 빠지는 것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무보까지 포함해 자율협약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 현재 선박경기도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며 "무보의 정확한 진의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반대매수권은 행사 여부는 출자전환 의결일(27일)로부터 1주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무보가 보유한 성동조선의 채권가치를 평가해 찬성채권자들이 사들이는 절차는 6개월 내에 하면 된다. 사실상 6개월 동안 무보와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수은 측 설명이다.
수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무보가 반대매수를 정말로 원하고 던진 것인지, 조건을 보고 던진 것인지 무보의 공식 입장을 파악 중"이라며 "(절차상으로) 반대매수를 통지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철회된 사례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수은에 통보하면서 지난 27일 채권단에서 통과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계획이 꼬이게 됐다.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을 결국 행사하면 무보가 출자전환해야 하는 금액을 다른 채권단이 나눠 떠안아야 하고 해당 안건 역시 채권단 회의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보가 출자전환해야 하는 금액은 약 3700억원 가량이다.
이럴 경우 그만큼 출자전환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무보가 빠지면서 다른 채권단인 우리은행이나 NH농협은행의 채권단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무보가 빠지면 나머지 채권자끼리 성동조선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무보분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채권간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자율협약 자체가 깨지면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 방안도 무산되면서 쌍용건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보의 진의가 무엇이든 수은이 무보를 설득하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은 일각에서는 무보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요건 중 다른 회계법인을 통한 회계 재실사 실시 요구에 대한 이견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무보 등 채권단 일각에서는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실사보고서에서 조선사가 받는 선수대금이 조선업계 현실보다 빠르게 입금되는 것으로 설정돼 성동조선의 계속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수은 관계자는 "다른 회계법인으로 재실사를 할 만큼 실사 결과가 낙관적이었는지 서로 검증을 해야봐야 할 것"이라며 "실사는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수은이 무보의 마음을 결국 돌리지 못해 출자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급등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여신은 개별평가를 통해 부실채권(고정 이하)으로 분류토록 지도하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해 3조8000억원의 여신을 보유중이다. 수은, 무보 우리은행, 농협은행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