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갑오년은 120년전 조선 정부가 근대화를 위한 '갑오경장' 개혁을 시작한 해다. 경장(更張)은 거문고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을 때 낡은 줄을 풀어서 새 줄로 바꿔 소리가 제대로 나게 한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도 갑오경장과 같은 새로운 개혁을 추진해야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저성장 저금리 저환율 저물가와 고령화 등 소위 '4저1고 시대'가 도래했다. 10대 수출품목이 20여년째 똑같고, 50년간 주요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늙어가는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매킨지는 지난해 '제2차 한국보고서-신(新)성장 공식'에서 "지금 한국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에 개구리 같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전통적인 효자 산업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 육성해야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
뉴스핌은 '2014 신년기획으로 [시급한 경제구조 대전환 -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리려면]을 준비했다. 경제구조 대전환이 왜 필요한가로부터 산업, 금융, 부동산 등 각 부문이 바뀌어야할 방향, 풀어야할 숙제를 조목조목 짚어보려한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청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 "중소기업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핌=고종민 기자] 기업들은 인력이 없다하고, 취업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고용시장의 수급 불일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량의 청년 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5%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 대비 0.8%나 상승했다. 나아가 실질 체감 청년 실업률은 4년 연속 10%를 상회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 학교 교육의 경직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구조조정과 함께 유연성과 개방성을 지닌 융복합형·통섭형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수십년 째 대학문을 넘기 위한 국영수 위주의 획일적인 국가고시 식으로 큰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해법은 초·중·고 교육과정의 재편과 기업 내 자생하고 있는 대학이나 대학 내 기업 부설연구소의 활성화에서 찾아야한다는 얘기다.
◆후진적 교육 행태…뿌리를 바꿔야 몸통과 줄기 튼튼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질타하는 말이다. 실제 학교는 각종 스마트 기기 도입으로 발전하고 교사들도 젊고 유능한 사람을 뽑고 있지만 교과 과정은 여전히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국영수 과목을 잘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전제로 교육받고 있다. 나머지 과목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부수적인 학습 대상이다.
결국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로 변하고 있으며 교사는 학생들의 출세를 위한 조력자로 치부된다. 아울러 교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며, 많은 학부모들은 학원 선생(사교육)에게 굽신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및 대학원 교육도 초중고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교 또는 대학원까지 졸업한 구직자들은 취업을 위한 별도의 교육 비용을 지출한다. 자격증·외국어 점수 등 학교 교육과 동떨어진 것들이 취업에 가산점으로 작용하면서 수험생과 같은 상황이 재차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직자가 적게는 16년 동안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기업 인력 수요에 적절한 상태로 입사를 하진 않는다. 입사한 기업에 필요한 과목을 전공하더라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과는 첨예하게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채용 후 실무에 이르기까지 재교육에 들어가는 직간접 비용은 1인당 약 6000만원, 기간은 약 20개월이 소요된다.
다수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최종적으로 학력은 입사를 하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이라며 "입사 후에는 재차 교육을 해야하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은 자체 대학 설립 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학에 신설 학과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현재 사내대학은 ▲삼성전자공과대학교(학사) ▲삼성중공업공과대학(전문학사) ▲현대중공업공과대(전문학사) ▲대우조선해양공과대학(전문학사) ▲LH토지주택대학교(학사) ▲KDB금융대학교(학사) ▲SPC식품과학대학(전문학사) 등 7곳이 있다.
특히 삼성은 사내대학을 운영하면서도 보유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내에 인터랙션사이언스·U-City공학과·IT융합학과·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 등 실무적으로 필요한 학과를 만들었다. 사내외에 인재풀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는 것. 상당수 학과들이 논문 위주의 이론 교육보다 실무 위주의 졸업 평가를 내리는 만큼 실무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다만 이같은 교육은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없다. 인력 수요 불균형이 특정 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변화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초·중·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로선 융복합형·통섭형 인재 양성을 위해 문이과 통폐합·국제화 자율시범학교 육성·글로벌 마이스터고 육성·융복합학과 신설 등으로 시범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수많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선 만큼 성공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교육당국·교사·학생 등 당사자들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행복한 교육과 기업가 정신의 강화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초석이고 그 영향이 심원하다는 뜻이다. 나아가 교육이 성숙해야 개인·가정·국가가 행복하다. 행복한 국민이 늘어나면 유능한 인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교육 수준과 행복지수를 함께 들여다 보면 해석은 더 명확해진다. OECD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한다. 이와 함께 봐야하는 것은 행복지수다. PISA 1위와 2위는 각각 필란드와 한국이다. 다만 두 국가의 국민이 느끼고 있는 결과물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에 최저 수준의 국민행복지수·높은 실업률·후진적 교육과정 등으로 악평을 받고 있다.
반면 핀란드의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교육과정은 일본 등 선진국 마저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특히 책임교육·맞춤교육·창의교육 등 흥미와 과제 중심의 높은 성취 수준이 강점이다. 아울러 문화·예술·체육이 중시돼 인성교육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융복합과 통섭 교육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례로 핀란드 알토대는 현지 경제·문화·산업을 선도하는 헬싱키 경제대, 헬싱키 디자인 예술대, 헬싱키 공과대를 통합해 만든 학교다. 학교만 합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융복합 학과 및 경영학 석사(MBA)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기업가정신 등 윤리교육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나아가 핀란드는 과거 '기업가정신 앙양 10년계획'을 통해 정부부처·경영자단체·노동계 학계 등의 참여로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해보면 삼성 같은 기업이 국내에서 하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공헌·맞춤형 교육 등으로 신뢰 기반을 키우고 있다.
특히 맞춤형 교육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며 사회공헌은 국민의 존경과 함께 꼭 가고 싶은 기업 이미지에 일조한다. 이에 반기업정서가 줄어들면 그만큼 좋은 인재들이 해당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쌓을 것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군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중소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군은 자체 능력으로 미스매치를 해소하지만 중소기업군은 어렵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구랍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위 제2차 회의에서 "스펙과 학벌이 아닌 능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학생이 무조건 대학 진학에만 매달리는 풍토를 개선하고 대학은 산업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적절하게 양성하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교육시스템·고용시장·사회보상시스템을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