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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경제구조 대전환](2) 외국은..M&A와 고부가가치 경영혁신으로 파고 넘어

기사등록 : 2014-01-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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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수합병으로 '강한 회사'..미국·일본 '경영혁신' 체질 강화

[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경기 침체로 벼랑 끝에 선 국내 건설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생존과 경쟁을 위해선 인수합병(M&A)과 경영 혁신이 필요조건이 됐다. 
 
국내 건설업계보다 20여 년 앞서 구조조정을 겪은 유럽, 미국, 일본과 같은 주요 나라도 같은 해법을 제시한다.
 
기술력을 갖춘 유럽의 대형 건설사 역시 부족한 자본과 좁은 시장의 벽을 인수합병으로 넘어섰다. 특히 유럽 건설사들은 미국과 아시아 건설사를 인수해 시장을 확장했다. 

일본 건설업계는 구조조정 대신 경영을 선택했다. 원가를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방향을 틀어 성공적으로 세계 건설시장에 안착했다.
  
◆유럽 건설사 '몸집 키워' 경쟁력도 높였다

유럽 건설사 역시 국내 건설업계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 건설업계의 내수 일감 부족현상은 지난 1990년대 찾아왔다. 프랑스가 가장 먼저 1990년대 초 100% 주택보급률을 넘어섰다. 이어 영국과 독일이 100% 주택 보급률을 기록했다. 

유럽 건설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엄청난 자본력과 유럽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가진 미국 건설사의 '침공'이었다. 이는 유럽 업체에 큰 위기 의식을 불어 넣었다. 
 
유럽 건설사들이 선택한 것은 M&A. 회사와 다른 장점을 가진 건설사와 합병해 미국 건설사에 못지 않은 기술과 자본력을 확보했다.
 
대표적 사례가 독일 1위 건설사인 '호크티프(HOCHTIEF)'사다. 90년대 중반 독일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호크티프는 곧바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호크티프는 가장 먼저 미국계 건설관리(CM)업체인 '터너(Turner)'사를 인수했다. 이어 호주의 '레이튼'(Leighton)사를 사들였다. 레이튼사는 부동산개발과 자원개발 전문 건설사다.
 
이 인수로 호크티프는 빠르게 미국과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 관련 서비스 영역과 대규모 복합사업의 관리와 운영, PPP사업(민간투자사업)으로 뻗어 나갔다. 현재 호크티프는 전세계 해외건설 시장 점유율 7%의 글로벌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의 대표 건설사 '방시'(VINCI)사는 소규모 전문 건설사를 인수합병해 건설그룹으로 거듭 태어났다. 1899년 창립한 방시는 2000년대 들어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곧바로 인수합병에 돌입했다. 
 
2011년말 기준 방시는 2264개 자회사를 거느린 유럽 최고 건설 그룹이 됐다. 방시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거의 모든 공사에 참여하는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산업연구원 최석인 연구위원은 "해외 선진국 건설사는 우리처럼 대형 건설사가 난립하는 형태가 아닌 3~5개 회사가 시장을 나누는 형태로 변화했다"며 "이 구조조정 과정도 우리처럼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아닌 업체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업방식 바꿔 불황 돌파

일본 건설업계도 1996년을 기점으로 위기에 섰다. 하지만 M&A  위주인 유럽과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일본 건설업계는 지난 1996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불황에 접어 들었다. 이어 1998년에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를 맞았다. 40%에 육박하던 공공 발주가 20%까지 곤두박질 친 것. 이는 일본 건설사들의 대거 부도로 이어졌다. 

위기에 맞서 일본 건설사들은 경영 혁신, 즉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으로 대응했다. 줄어든 매출을 수익률을 높여 상쇄한 것이다. 
 
일본 건설업계는 전체 매출 대비 10%를 밑돌던 해외건설 비중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시공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건설사로는 JGC사를 들 수 있다. JGC는 2000년대 초부터 중동지역의 LNG(액화천연가스) 및 석유화학공장에서 수주를 따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건설사가 가세해 JGC의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JGC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보다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JGC는 일본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3~5%보다 최대 3배 많은 10%까지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일본 2위 건설사로 꼽히는 치요다(千代) 주식회사도 경영혁신으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치요다는 LNG 플랜트 분야의 절대강자로 꼽힌다. 전세계 LNG 공장 건설공사 수주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단행한 경영혁신의 결과다.

치요다는 '재건계획'에서 사업영역을 LNG 수주 중심으로 개편했다. 비전문 분야는 다른 기업과의 업무 제휴로 보충했다. 방만한 회사 조직을 줄여 내부에서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또 회사의 비용을 줄여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일본 건설업계는 오랜 기간 동안 쌓은 기술력으로 경영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력에다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 경영혁신이 장기 불황을 극복해 나갈 힘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건설업계도 경영혁신으로 위기를 넘었다. 미국 '벡텔'(Vechtel)사는 90년대 중반 이후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였다. 벡텔은 경영본부, 기술본부, 사업본부 세개의 조직으로 분리했다. 세개 본부는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조직을 통합·분리해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주했다.

최석인 연구위원은 "일본 건설업계는 위기를 극복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혁신으로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적극적인 해외 건설 진출로 위기를 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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