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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시급한 경제구조 대전환] ⓛ-2 여풍(女風)은 있어도 외풍(外風)은 없다

기사등록 : 2014-01-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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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기관 7개 업권 종사자 중 외국인 비율 0.6%…"금융인력 개방성 높여야"

[뉴스핌=노희준 기자] 0.6%. 

은행, 보험, 증권 등 국내금융기관 7개 업권의 종사자 중 외국인 비율이다. 10명 가운데 1명조차 외국인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2012년 기준 약 25만명(24만7756명)의 고용인원 가운데 1만5000명(1만4865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다. 그나마 외국계 금융기관(3%)이 비율을 끌어올려 이 정도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외풍(外風)은 아직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업권별 외국인 고용 비율, (단위: %)
[자료=2012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보고서, 금융위, 직능원]

"금융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인력에 대한 얘기가 없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금융권 관계자) '해외로, 해외로'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내놓은 '10-10 밸류업'은 사실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국내에서 '이자따먹기'로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지 말고 해외로 나가 돈 벌어오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해외진출을 이뤄낼 인력에 대한 대책은 없다. '앙꼬 빠진 진빵'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산업은 어느 다른 산업보다도 인적자원의 수월성에 크게 의존한다. 서비스업의 속성이 그렇고 금융은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이다. 

영국, 미국 등 금융선진국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우리가 경쟁국가로 생각하는 곳에서도 금융산업의 핵심전략으로서 인력양성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해외진출의 경우,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현지 사정에 밝힌 해외인력의 도움이 긴요하다는 분석이다.

시도가 없진 않았다. 약 10년 전 시계를 노무현 정부때로 돌리면 '동북아 금융허브' 프로젝트가 금융권을 강타한 적이 있다. 한국을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그에 발맞춰 '금융전문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대두됐다. 드디어 2007년에는 보수적인 국내 문화를 뚫고 금융감독원 고문으로 첫 외국인 임원(상근기준)이 등장했다. '금융계의 히딩크'로 기대를 받고 윌리엄 라이백 고문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실패였다. 라이백 고문을 영입하는 데 중재 역할을 했던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윌리엄 라이백 본인도 많은 조언을 하려 했지만, 대표적인 실패 사례였다"며 "외국 인력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처럼 하려면 국내 법체계도 글로벌 스탠다드쪽(관치문제)으로 더 가야하고 언어 문제도 더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10월에 선임된 라이백 고문은 6개월 고문역을 수행한 뒤 부원장으로 부임하는 구두약속을 받고 왔지만, 별다른 활약 없이 2008년 4월에 고문역만 마치고 국내를 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외국인 임원
얀 부행장의 경우, 2001년 11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부터 이력 추적 가능
[자료=각사]

시중은행에도 외국인 임원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외국계 회사와의 전략적 관계나 대주주가 외국계였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국민은행의 경우 김정태 전 행장이 주택은행을 이끌 시절 ING그룹과의 전략적 제휴에 의해 얀 옵드빅 부행장과 도날드 H. 맥킨지 부행장이 있었다. 

론스타가 대주주시절의 외환은행에는 리처드웨커, 래리 클레인 은행장 등이 있었다.(표참조) 다만, 국내 주요 은행에서 자발적으로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한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물론 해외전문 인력 수혈이 반드시 외국인의 직접 채용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외학위 취득자의 수혈로도 어느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2010년부터 매년 9월 뉴욕에서 해외 우수 금융인재 유치를 위한 '잡 페어(job fair)'에 나서면서 매년 60~70명 가량의 북미소재 유수 대학, 대학원 졸업(예정)자의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졸업 이전에 한국 금융기관과 취업 가계약을 맺은 규모로 실제 국내로 들어오는 인력은 절반 가량에 그친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학위 취득자의 비율은 전체 1.7%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의 해외학위 취득자 비율이 11%로 높지만, 은행의 경우 1%, 신협은 0.4%에 불과하다.

국내 금융인력이 국제적인 금융인력과의 교류가 미흡한 것은 아무래도 언어 장벽이 크다는 지적이다. 같은조사에서 국내 금융기관 직원들의 영어 능력은 상위 수준(TOEIC 875 이상)이 18.3%인 반면 하위 수준(TOEIC 725 미만)은 절반(53.3%)을 넘었다. 

라이백 고문이나 맥킨지 부행장 등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언어 장벽 문제가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공통된 지적을 내놓았다. 

업권별 영어 능력 비율 (단위: %)
[자료=2012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보고서, 금융위, 직능원]

일각에서는 국내 인력 문화의 폐쇄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인사 자체가 실력이 아니라 채널과 자기사람 등 출신 성분 등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채널1'과 '채널2'로 인사시즌마다 예전 출신성분을 따지는 국민은행이다. 관료 출신들의 낙하산 문제와도 관련돼 있지만, 국내인력도 모자라 자행 출신, 자기 채널 출신 등을 우선시하면서 동종교배에 집착하는 퇴행적 문화에 외국인 인력이 자리할 틈이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인력 문제를 포함해 금융인력 양성 문제 자체가 정권에 따라 꾸준히 추진,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재정경제부 시절 금융전문인력 양성 기본계획이 추진됐고, '금융중심지법'이 만들어져 '금융인력 기초통계' 등이 작성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는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금융인력 기초통계 작성만 해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금융연구원의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에서 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으로 넘어갔고 지난해에는 다시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로 이관됐다.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린 것이다. 그나마 현재 금융인력네트워크 센터는 금융연구원의 연구조정실장이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고 연구 인력이 단 한명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연구원 안에 네트워크센터라고 있지만, 솔직히 인력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자 슬로건이 바뀌고 정부측의 관심이 떨어진 것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금융 문화의 개방성 부재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의 글로벌화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금융문화는 결국 개방성에 있다. 

이는 전문가의 유입이나 채용 등이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글로벌 경영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지식의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기존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국내인력과 국내문화를 접목하는 방식이 된다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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