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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금융시장, 정치적 혼란으로 불안 팽배

기사등록 : 2014-01-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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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안·경제성장 불투명…밸류에이션 '부담'

[뉴스핌=노종빈 기자] 새해 들어 동남아시아 주요국 금융 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나타나면서 현지 통화들이 급락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반정부 시위와 선거를 앞둔 불안한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7일(현지시간) 워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지난달 9일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동남아 주요 통화 약세 지속

최근 동남아시아 증시는 물론이고 외환이나 채권 시장도 급격한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 통화가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 인도네시아 루피아 역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각국 통화는 지난 한달동안 2.5%에서 4​%까지 하락했다. 연초 이후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각각 1.3%, 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전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5.95%의 금리로 10년물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에 비해 금리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지난해 중반부터 급격한 불안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 결정을 하기 6개월 여를 앞둔 시점이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2월 초 이후 거의 0.60%p(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는 직전 달인 11월 월간 상승률 0.14%p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 태국, 정치적 불확실성…외환시장 불안 가중

특히 태국의 경우 선거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치적 교착 상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투자자들은 태국 수도 방콕에서의 거리 시위가 두 달째 지속되고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변수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현지 통화 강세의 배경이 되는 무역수지 개선을 비롯한 경제 지표 호전에도 외환 시장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는 올해 예정된 총선으로 인해 정부의 정책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2조바트(약 64조원) 규모의 태국의 인프라 건설 투자 프로젝트의 진척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샘 르 코르누 맥쿼리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에 뛰어들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많아 동남아 시장에서의 매도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얀 데 브루인 라이온글로벌인베스터스 아시아 주식부문 대표는 ""동남아시아 자본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금 유출 현상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향후 1~2년간 특히 채권 부문에서의 자본 유출을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동남아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추가로 최근 몇 달 동안 태국시장에 투자한 지분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 "단기 과매도 국면…매입 기회"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주요 시장의 중대형주를 편입하고 있는 MSCI  동남아시아 지수는 올해 들어 1.96% 하락했다.

지난해 5월 고점 기록 이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증시는 대략 20%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시장은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15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과매도 국면에서 자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 전망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보고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다.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정부의 경제 구조 개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피라퐁 지라스비진다 태국BBL 자산관리 이사는 "지난해에는 지분매도 열풍에 합류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위기는 장기적으로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남아 증시 고평가…한국 시장이 더 낫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상당한 무역 적자를 겪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 급속한 이탈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금리 상승도 루피아화의 추가 하락을 막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전날 발표된 필리핀 인플레이션 지수는 2년래 최고치로 상승해 새로운 페소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필리핀 정부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이 물가상승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선진국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나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현재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맥쿼리의 르 코르누 매니저는 동남아시아 시장이 고평가돼 있고 이보다는 한국이나 중국 시장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분석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한 PER은 불과 6.32배 수준으로 저렴하게 평가돼 있다.

에스텔리토 비아코라 필리핀 BPI 자산 관리 수석 투자 책임자는 "대형 기관들은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서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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