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부채감축 방안을 가져가지 않으면 내일 바로 사표를 제출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다. 특히 윤상직 산업부 장관에 이번 주 안에 1대1 보고를 하기로 돼 있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11개 주요 기관장들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오후 늦게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냈다. 16개 주요공공기관들에 대해 부채감축과 방만경영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금주내 산업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장관이 직접 점검하겠다는 곳은 한전, 가스, 석유, 한수원, 발전5사, 광물, 지역난방공사 등 11개. 김재홍 한진현 1,2차관이 직접 챙기는 곳은 석탄, 무역보험, 강원랜드, 가스기공, 한전기술 등 5개 기관이다.
석유와 가스공사는 9일, 발전 자회사 5사들은 10일과 11일, 나머지 광물, 한수원, 지역난방, 한전 등은 일요일인 12일 장관보고를 할 예정이다. 보고받을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장관 스케줄에 따라 세종이나 서울청사,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서울 사무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41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부채감축과 방만경영에 대한 개선의지가 부족하고 액션플랜이 미비한 기관장은 사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던 윤 장관임을 감안할 때 내일부터 장차관을 찾아야 하는 공공기관 수장들로선 양손에는 제대로 된 경영개선안을, 안주머니엔 사직서를 넣고 가야할 판이다.
일부 기관들의 경우 오는 1월말 기획재정부에 최종안을 내기 전 이달 중순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사전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산업부로부터 급작스레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지난해말 서면보고와는 달리 이번에는 장관에 직접 대면보고 방식을 취하는데다 최종안 제출전 산업부와의 첫 조율 자리임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각 기관장들이 겪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으로 전해진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예컨대 해외자산의 경우 장기투자 계획에 따라 매입한 것이라 당장 매각을 하면 제값의 반 정도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며 "위에선 닥달을 하지만 머리를 쥐어짜내도 정부가 요구하는 창의적이라는 혁신안은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하지만 장관이 직접보고를 받으며 챙기겠다고 나선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부채감축 방안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올해 상반기내 현실화할 수 있는 액션플랜인지를 제대로 짚고 가겠다는 것.
산업부 관계자는 "일단 현재까지 나온 방안은 2017년까지 하는 걸로 돼 있는데 그렇게 해선 부채감축이 적기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봤다"며 "기왕 할 것이라면 뒤로 미루지말고 기관장 임기내 혹은 올해 상반기내 명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산매각의 경우도 단순히 마구 팔라는게 아니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창조적인 매각방안, 알짜자산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각 기관별로 깊은 고민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겠다면 사표를 갖고 오라는게 산업부의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말이 창조적인 매각방안이지 공공기관들로선 제값을 받으며 6개월내 매각할 만한 자산을 골라내기가 만만찮은 게 상황. 알짜부지나 해외자산 등을 매각하려면 수많은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꼼꼼한 실사, 끊임없는 협상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단시일내 결과물을 낸다고 확정짓기가 어렵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산 투자시 우리와 같이 해외출장을 나가 '정말 잘한 투자다. 잘 될 것이다'고 말한 사람들이 바로 산업부 공무원들"이라며 "당시엔 정부방침(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사업 추진)에 따르지 않으면 기관장 옷을 벗어야했고 공무원들도 이에 동조했는데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바뀌다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3대 추진 전략 중 먼저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하겠다고 못박았다.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 방만경영 해소를 재차 촉구하자 산업부등 각 정부부처들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