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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 금융사 1천억 각오하라"…무용지물 우려

기사등록 : 2014-01-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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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 "영업정지와 과징금, 동시 부과 어렵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가 정보유출의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를 상대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지만, 실제 향후 금융회사가 지게 될 부담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영업정지 명령과 과징금을 동시에 부과하는 것이 불가능 해 오히려 금융회사의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또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부과되는 과징금의 경우에도 실제 관련 매출이 적은데다 여러 감경 요인이 있어 실제 부과되는 금액은 매우 적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금융회사 임원들에 대한 유의사항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지난 22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기관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보 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융사에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금융사가 불법 수집·유통된 개인 정보를 활용해 영업 활동을 할 경우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사태와 같이 금융회사가 정보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나 관련 매출이 없는 경우에는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이중제재 금지규정에 반하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법학부 이민영 교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이 영업정지 처분에 갈음한 것인데 영업정지와 병과하면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정준현 교수 역시 "동일한 행정위반에 대해 이중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과징금은 형사처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중처벌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과징금과 영업정지 모두 형사제재가 아니므로, 이중처벌의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현재 논의되는 이런 방향의 개정안이 여론에 의한 궁여지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과정에서 법무부 등과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과징금과 영업정지 명령을 함께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 카드사가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대략 90억원의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영업정지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3~6개월의 영업정지 대신 50억원의 과징금만 내게 돼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 과징금은 금융회사가 개인정보 활용을 통해 영업수익을 얻은 경우에 이를 환수하기 위해 부과된다.

앞서 신 위원장은 "금융사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1000억원대가 부과될 수 있는 사실상 상한선이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과되는 과징금은 금융사 매출액의 1%가 아니라 불법정보 활용과 관련된 매출액의 1%다.

예컨대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카드사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 대해 1%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100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지만, 유출된 정보가 카드론 영업에 활용됐다면 실제 과징금은 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카드론 매출이 전체 매출의 5%에 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5%의 매출 자체도 불법정보를 활용한 매출이라는 것을 당국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액 규모는 상당 부분 축소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통상의 경우 해당 기업이나 제휴업체가 달성한 매출액이 개인정보로 얻은 매출액인지 아니면 개인정보를 매개로 해 정당한 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인지 양자의 구별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과징금을 산출하고 다시 의무적 및 임의적 조정단계를 거쳐야 돼 과징금은 생각 이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개인정보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이후에도 이런 사태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근본적 법제개혁과 집단소송제도 등 다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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