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올해 경기 회복을 노리는 미국 경제에 낮은 물가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목표치 2% 수준 달성 여부가 미국 경제회복의 새로운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활발한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미국 경제의 2%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2012년 4월 이후 2년 가까이 달성되지 못했다. 지난해도 1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연간 0.9%에 그쳤다.
<사진> 재닛 옐런 美연준 차기의장 |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경제리서치 대표는 "매월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를 오르게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이 같은 문제점은 점차 중대한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로젠버그 연준위원도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중대한 우려가 될 수 있다"면서 "경기 회복에 쇼크를 줄 수 있고 이는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젠버그 위원은 지난 12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대1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다.
그는 "낮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신뢰도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목표 인플레이션 수준을 충분한 기간 내에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은 연준의 중장기적 계획에도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면 가계와 기업은 소비나 고용, 투자 등을 늦추게 된다. 물가 하락으로 굳이 현금 지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또 이는 물가연동채의 이자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연준은 고용시장 회복세를 반영해 지난해 말 FOMC에서 채권매입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규모 줄인 바 있다.
당시 투자자들에게 연준은 테이퍼링 규모는 통화긴축 정책이 아니며 당분간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해리스 대표는 "옐런은 시장 투자자들에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할 것"이라며 "낮은 물가 수준으로 인해 테이퍼링 속도와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대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경제 성장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물가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인 6.7%로 하락하면서 지난 12월 연준 테이퍼링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실업률이 하락한 배경에는 경제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 구직자들의 구직 포기로 인해 구직활동 참여자수 자체가 줄어들었던 요인도 있다.
지난달 18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낮은 배경에는 예컨대 의료비 등 특별지출이 비정상적으로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간 4.1%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1분기와 2분기 증가율은 각각 1.1%와 2.5%를 기록했다.
스티븐 스탠리 피어폰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 상황이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은 모습"이라며 "교육이나 신차, 의복 등에 대한 지출이 당분간 빠르게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옐런의 경우 당분간 큰 비판은 받지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이 1% 수준으로 장기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단 1% 수준이라면 시장은 지켜보겠지만 이보다 추가로 하락한다면 시장의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3차례에 걸쳐 시장에서 4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매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준 정책위원들 가운데 누구도 올해 중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