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신흥국 위기란 파고가 높아지자 해당국들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우선 '고금리' 처방이다. 인도에 이어 터키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였고, 다른 나라들도 따라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자본 통제(capital control)'란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자본 통제는 단기 투기성 자본이 들고 나면서 자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 지난 1997년 아시아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말레이시아가 이 카드를 썼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 자유화를 요구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이를 거부했고 그 결과는 단기간으로 보면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가 IMF의 처방전대로 고금리 정책과 자본 자유화에 나섰다면 말레이시아는 오히려 금리를 내리고 링깃화를 달러화에 묶어 고정 환율제를 실시했으며 국내로 들어온 외환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에도 처방전은 고금리, 그리고 자본통제일까.
◇ 터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총리도 사실상 묵인
터키는 28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급락한 리라화 가치를 돌려놓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긴 했지만 이런 큰 폭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터키 에르도안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금리인상에 반대해 왔지만 결국은 용인했다.(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금리가 인상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봤지만 그 범위는 하루짜리 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2~3%포인트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결정 이후 곧바로 리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급등했다. 리라화 가치는 1월 이후 11% 이상 급락했으며 이날 중앙은행의 임시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5% 가량 올랐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3월 선거 등을 앞두고 있어 금리 인상에 기본적으로 반대해 왔다. 성장세를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방관(?)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처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 신흥국들 금리 올리기 '러시'
금리 올리기를 통한 자본 통제는 이렇게 위기의 신흥국들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터키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다른 신흥국들도 잇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출처=가디언) |
WSJ는 "터키의 금리인상이 전조가 될 것"이라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할 정도로 많고 정치적인 리스크가 치솟고 있는 국가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이렇게 조치할 것이고 그렇다면 변동성이 커진 장세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시에테 제너럴(SG)의 수석 이머징 마켓 이코노미스트인 베누아 안느는 "터키의 금리인상은 아마도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진 매도세를 돌려놓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가 매우 상징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 '고금리 + 자본통제'가 답?
하지만 금리 인상과 자본 통제가 당장의 효과, 그러니까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핫머니의 유출을 잠깐 막는 데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이 클 수 있다.
(출처=이코노미스트) |
터키의 경우도 이 점이 우려되고 있다.
터키의 2011년 경제 성장률은 8.9%에 달했지만 이듬해 2.2%까지 내려온 상황. WSJ는 터키 중소기업들의 경우 오랫동안 저금리의 수혜를 입어 왔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입 마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터키 중산층들 역시 경기가 좋을 때 받은 대출 이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고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주 아르헨티나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정부가 내렸던 달러화 매입 제한 조치도 자본통제 그 자체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화 방출을 막겠다며 온라인 상거래를 연간 2회로 제한했다. 외환보유액이 289억달러로 7년래 최저치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반발이 커지자 월 소득이 7200페소(900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 한 달에 2000달러씩 달러화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여전히 혼란과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응용 경제학 교수인 스티브 행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본통제는 해당국이 외환보유액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그건 나쁜 일이 곧 일어나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행크 교수는 이러한 자본통제는 그러나 자국 통화의 불법적인 거래를 폭증시킬 것이며 그건 해당국 경제에 숨어있는 비용(Lying price)을 발생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번 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자본 유출에 대한 통제는 제한적으로만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해당국이 급격한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데 대해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
컬럼비아대학의 귈레모 칼보 경제학 교수는 자본 통제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칼보 교수는 "장기적으로 자본 통제는 FDI와 상충될 것이며 이는 나라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FDI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